미국 남부에 장기간 살면서 먹어본 치킨은 촉촉하고 멋진 튀김옷을 자랑했지만 사실 한국인인 내 입맛에는 짠 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야망은 미국 남부 스타일의 한국화가 적절히 이루어지고, 메뉴 전반에서 스파이스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매력도를 높인 아주 바람직한 치킨집이다. • 치킨무 망고플레이트에 리뷰를 쓰면서 치킨무에 대한 얘기를 쓸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모닌의 스윗&사워 시럽으로 한층 더 새콤달콤하게 만들고 후추를 총총 뿌려 내어주셨다. 이건 팔아도 되겠다며 야금야금 먹다 보니 치킨이 나오기도 전에 거의 다 비웠다.(물론 치킨이 40여분이 걸려서 나온 것도 한 몫 했다. ) •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 19,000 닭 자체가 신선하고 육즙이 가득하다. 역시 치킨은 매장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는 게 맞다. 집에서 치킨을 손수 튀겨먹는 찐 Southerner 흑인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먹어도 인정받을 것 같은 맛. 딜 마요가 함께 나오는데, 소스를 안 찍어도 그 자체로 맛있고 찍어 먹어도 향긋하니 매력적이다. • 양념 치킨 한 마리 19,000 일반적인 양념 소스보다 단 맛이 덜하고, 토마토의 존재감이 돋보였던 양념. 지금껏 먹어본 양념 중 가장 입맛에 맞는 맛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메뉴판을 보니 그린빈스 제공이라고 쓰여 있는데, 별 다른 안내 없이 빠지고 나와서 괜히 섭섭... • 차가운 토마토 파스타 10,000 소면 굵기의 '카펠리니' 파스타를 사용해서 만든 콜드 파스타. 홀 토마토와 묽은 바질 페스토를 얹어주시는데, 이 메뉴 역시 포장했을 때 보다 매장에서 먹는게 훨씬 촉촉하고 맛있었다. 치킨과 잘 어울리는 사이드. • 대파 골뱅이 샐러드 13,000 드레싱에 머스터드가 들어가 새콤함과 알싸함을 더했다. 대파가 메뉴명의 맨 앞에 들어간 만큼 대파 채가 존재감이 강렬했다. 일반적으로 만나는 골뱅이 요리와는 색다른 느낌을 줘서 인상적이었던 메뉴. • 호지차 티라미수 8,000 주방쪽에 다이제가 꽤 있길래 저건 어디에 쓰이는 거길래 저렇게 많지..? 했는데 알고보니 티라미수에 쓰시는 거였다! 심플하고 가성비 있게 좋은 맛을 내서 신기했던 디저트. • 괴즈 마리아주 파르페 26,000 맥주라고 말 안했으면 몰랐을 것 같은 느낌의 새로운 술! 샴페인 병같이 코르크로 막혀있던 게 신기했다. 처음에 골랐던 뽀할라는 수입이 안된다고 하셔서 주문했는데 산뜻하고 적당한 산미 덕분에 드라이한 화이트 스파클링을 마시는 것 같았다. • 리터 구츠 오리지널 13,000 메뉴판 설명에는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사워비어라고 쓰여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게 괴즈보다 산도가 강해 정말 입문자라면 자칫하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높은 산도 덕분에 입 안에 절로 군침이 고여서 치킨도 끊임없이 먹을 수 있게 도와줄 환상의 궁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분들 리뷰에서도 언급되었지만, 협소한 매장에 사장님 혼자서 홀과 주방을 다 감당하시기에는 조금 버거우신 것 같았다. 더군다나 예약에도 뭔가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고.. 우리가 방문한 날은 마침 사장님 지인분들이 오셔서 뭔가 더 산만한 분위기였달까.. 불청객이 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치킨무 리필을 부탁 드렸는데, 잊고 계시다가 나도 잊고.. 나아중에야 리필을 받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주말 저녁에 가는 것보다는 평일에 가는 게 유리할 것 같은 가게. 연남동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치킨을 이 가격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행운이다. 사장님 혼자서 괜찮으시니 계속 혼자 운영을 하시는 것이겠지만 작은 부분들에서 섭섭함이 느껴졌던 건 사실이다. 접근성도 좋고 맛있는 집이지만, 여기서 평점이 더 올라가면 사장님도 힘드시고 손님들도 방문에 어려움이 생길 것 같으므로 괜찮다로. 인생은 고기서 고기 님 밋업 w/주아팍 님, 토요미식회장 님 다리살과 퍽퍽살 선호가 2:2였어서 사이좋게 나눠먹을 수 있어 햄복했다 ㅎ. 2211-23
야망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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