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추운데 분위기가 다 하는 카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공간이다. 수년 전 오픈할 무렵부터 지켜만 본 카페였다. 서촌의 메인 거리에서는 동떨어져 있고, 영업시간도 6시까지, 라스트오더는 칼같이 5:15이어서 맘먹지 않고는 방문이 어려웠다. 첫 방문시도를 했던 날은 17분에 도착했더니 입구컷을 당해서 황당황.. 결국 각잡고 방문했다. 평일오후 애매한 시간에 방문했는데 워낙 협소해서 한 자리밖에 안 남아있었다. 벽을 보고 있는 작은 바스툴에 앉았다. 재즈와 클래식을 오가며 손수 틀어주는 바이닐과 CD 리스트업이 아주 센스넘친다. 기타리스트 케니 버렐의 라이브 연주를 듣고서 벤자민 브리튼심포니, 게다가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듣게 될 줄이야! 사실 사장님은 무친절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래도 괜찮다. 카페이용에는 불편함이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Spotify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카페도 생겨나는 마당에 음반 하나가 끝나면 곧바로 뮤직 스테이션 앞으로 가서 새로운 음반을 틀어두는 행위는 매우 친절하니까. 통유리를 제외하고 공간 전체를 뒤덮은 우드 패널, 무심하게 기울어진 천장마저 감각적이다. 그렇다할 메인 조명 없이, 해가 기울면 그대로 따라 어둑해지며 분위기와 감성이 더해진다. #얼그레이밀크티 7,000 적당한 당도였고, 농도 역시 마음에 들었다. 다만 공간이 워낙 선선해서 차가 빨리 식어 유막이 생겨 아쉬움도 있었다. 혼자나 둘이서 조용하게 책 하나, 연필과 수첩 하나 가져가서 여유를 만끽하기 아주 제격인 멋드러진 공간이다. 2212-20
카페 시노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1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