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들린 곳인데, 아주 즐거운 식사였습니다. 저에겐 천안에서 제일 기억에 남을 식당일 것 같네요. 천안이란 도시는 기본적으로 삼성 쪽과 관련 회사에 다니는 분들, 그리고 대학도시답게 타지 출신 대학생들, 토박이들 이렇게 나뉘는 것 같았는데요. 여기는 아마도 삼성 관련 엔지니어링 쪽에서 종사하던 음식을 좋아하시던 셰프님이 회사를 다니며 조금씩 공부를 하시다가 관두고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배워와 여신 곳이라고 해요. 오픈한지는 두어해는 넘은 듯 하고, 까다로운 사장님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음식과 식당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앞서 방문한 다른 오마카세와 달리 정통에 충실하고 유자나 시소를 많이 쓰지 않고, 예를 들면 김이나 우니도 너무 강하게 “나 조미김~” “나 우니~” 하기보다는 아주 밸런스가 좋은 고급품의 느낌이더군요. 1. 샤리 맛이 특이합니다. 셰프님 말씀에 따르면 보통 스시를 도쿄나 긴자에서 많이 배워오는데 본인은 좀 특이한 지방에서 하셨다고 해요. 후쿠오카 근방 어딘가 였던 것 같아요. 살짝 옆으로 간 덜 들큰한 맛이랄까, 다시향스러운 느낌요. 날카롭지 않고 포근합니다. 2. 첫 메뉴는 한치를 면처럼 만든 포입니다. 우동처럼 먹게되는데 맛있더군요. 이어 나온 차완무시도 굉장히 포근했는데 밥과 버섯인가 새우를 밑에 깔아 익혀 마치 맛난 계란찜을 밥과 먹는 듯 합니다. 순삭했어요. 생선구이 올라간 밥도 정말 맛있었구요. 3. 사시미와 스시들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지만 깔끔하고 맛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사시미가 더 좋다는 느낌이구요. 킥은 없지만 걸리는게 하나도 없다는 것! 근방에서 먹은 다른 집과 거의 극과 극으로 스타일이 달라요. 4. 초생강 대신 초록 나물이 깔리는데 꽤 마음에 들어 여쭈니 상추줄기 무침(?)이라고 하셨던 것 같아요. 여쭐 때마다 이건 일본에서 어떻게 공수하고 등등 스토리가 재밌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마스터키튼과 시마과장이 반반씩 떠오르는 ㅎㅎ 마지막은 아마도 수연소면인 것 같았구요. 가게를 닮아 이 역시 매우 깔끔한 국물의 제가 마무리 하고 싶은 한 가락 이었습니다. 아, 프라이드 있으신 의외의 킥 박고지마끼도 아주 독특했습니다. 기억에 남을 맛 중 하나긴 했지만 젊은 분들이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어요 ㅎㅎ 5. 저는 워낙 가게에 가면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잘 나누는 성격이고, 이런 곤조 있는 사장님들을 좋아하기도 해, 이 날은 손님이 혼자 뿐인터라 개의치 않고 사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는데요. 사장님도 혼자 온 여자 손님이 어떻게 오셨을지 궁금하기도 하셨을테구요. 가게 오픈 후에도 일본에 계속 다니시는 거나 재료 공수나 관리에 들이는 품 등을 재밌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업력을 십분 활용하시는 듯 했달까요) 6. 가게가 호불호를 좀 탈 것 같습니다. 사장님도 인근 전문직 단골들이 많이 찾는다고 하시고, 주류도 신경 써서 구비하시지는 않는 듯 해요. 단골들에게 오히려 이벤트처럼 다양한 음식을 시즌별로 제공하기 위해 고민한다거나 하는 부분에서도 드러나듯 화려한 술 리스트나 플렉스용으로 방문하기에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임팩트가 큰 방향이 아니다보니 어떤 분들은 가성비를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건 오마카세 스시가 가진 2021년 대한민국에서의 용도와 역할의 문제일 거고, 여기 천안이란 도시의 버전도 있을 테니까요. (참고로 천안엔 오마카세 업장이 최근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 가게가 위치한 신불당은 저에겐 판교가 떠오르는 풍경이었고요) 제가 이 가게를 나서며 떠오른 건 하이네켄 푸어링 마스터이신 플레이볼 사장님이셨는데요. 이 가게의 본질 하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는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생각이 되어서 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손님과 가게의 궁합(?)에는 맛 말고도 무언가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이 경우엔, 저는 그 언젠가 셰프님께 그날 식사 즐거웠다며 또 방문할 날을 상상해보게 된달까요.
스시 이쵸우
충남 천안시 서북구 불당33길 7 2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