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는 여기가 잘됐으면 좋겠는데, 실은 나는 밤늦게 퇴근하고 식사 메뉴만 시켜서 여기가 어떤 곳인지 온전히는 알 수 없다. 오리불고기, 오리로스에 뼈해장국까지 하는 곳이니까. 그러나 두 번의 경험이면 얘기할 정도는 되겠다 싶어 밝힌다. 난 여기 자주 갈 예정이고, 오래 잘 됐으면 좋겠다. 우선 이곳은 매력적인 공급책이 있다. 텃밭이 따로 있어서 채소를 기르고, 거기서 온 채소를 활용한 다양한 반찬이나 요리가 가능하다. 제육볶음을 시키면 쌈채소를 같이 주는데, 거기에 냉이가 있다! 그리고 술을 시키면 밤조림과 고추튀각(+냉이튀김)을 준다. 그 구성은 아마 텃밭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고, 제철에 맞게 뭔가가 나오겠지. 다음으로, 정성이 배어 있다. 김치 쪽은 셀프인데, 직접 담근 듯한 동치미나 열무김치, 각종 김치가 있고, 나오는 거의 모든 음식을 직접 준비한 티가 난다. 오늘 물어보니 돈까스 소스도 직접 만들었다. 학원가에 열려면 아이들 입맛도 사로잡아야 하니 돈까스도 해야 하는데, 지인 중 돈까스집을 하는 곳이 있다길래 비법을 전수받았단다. 가장 중요한 요소로, 맛있다. 안주로 준 밤조림의 달달함이나 고추튀각의 매콤바삭고소함도 그렇고, 제육볶음도 꽤 좋다. 양파의 아삭함을 살리면서도 (개인적으로 취향인) 지방 부분까지 다소 살려서 풍미를 살린다. 오늘은 돈까스를 시켰는데, 썩 두껍진 않지만 크다. 제육이 맛있는건 이제 당연하다 치지만, 이 돈까스가 재밌다. 두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면에서 미오글로빈의 핑크빛이 살아있다. 미디움-웰던에 걸친 식감은 질기지 않으면서 육향을 적당히 살린다. 직접 만든 소스가 사실 크게 매력적이진 않지만, 밥 반찬으로는 짭짤새콤달큰하니 괜찮다. 하지만 소스 없이 소금을 따로 찍어먹으면 이 돈까스는 괜찮은 안주가 된다. 좋은 고기를 잘 튀겼을 때의 매력을 잘 머금었다. 뭐 그렇다고 아주 미미! 로 맛있다…는 아니지만, 술안주로도 제법 괜찮은 돈까스를 튀겨 내고, 제육은 말할 것도 없다. 여하간 술집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해내고, 밥 반찬으로도 문제없다. 종종 찾아 단골이 될 만하고, 실제로 그럴 것 같다. 뭐랄까, 오픈한지 얼마 안 돼서 기합이 들어간 걸수도 있는데, 만약 지나치게 들어간 기합이라면 빨리 중간 지점의 밸런스를 찾아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곳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고, 좋은 적정선을 찾아 오래 풍성히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케이
서울 노원구 중계로19길 48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