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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키
5.0
22일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미술관,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식당이 아니지만 이 장소는 한번쯤 짚고 넘어가고 싶었어요. 이전부터 궁금하던 공간인데 마침 미술 분야 전공한 지인과 들를 기회를 가졌어요.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청주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 연초 제조창 건물과 부지를 무상 양여받아 577억원의 예산으로 리모델링을 거쳐 2018년 12월 27일 개관한 곳입니다. 이곳을 수식하는 말이 굉장히 많죠. 수도권 외 최초로 건립된 국립미술관이자, 국내 첫 수장형(Archives) 미술관이며 중앙과 지자체의 성공적인 협업 사례이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 재산을 국가에 무상 양여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최초에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였다가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로 개칭했습니다. 2012년 서울대학교 교수 정형민이 제18대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2년 임기로 취임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였는데, 임기 중점과제로서 ‘국립 미술품 수장・보존센터’ 건립을 제시하면서 청주시와 청주분원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네요. 소장 기능을 주안점으로 두는 수장고이니만큼 1.1만점에 달하는 수장 규모(목표량의 95% 정도를 채웠단 말이 있네요)를 자랑합니다. 추가로 대전관도 건립 예정이라는군요(2027~2028년경 예정). 건물도 5층으로 매우 높기도 하거니와 기둥 사이 벽면 및 기둥구조체를 들어낸 자리에 기존 철골구조를 노출시키되 자연광이 들어오게 하면서 130m 길이 건물의 일부를 회랑으로 조성하여 주출입구로 잇게 설계한 부분을 거닐고 있자면 넓은 공간감과 높은 층고가 주는 개방감 덕에 시원하단 느낌이 들어요. 때마침 전날 내린 눈이 쌓여 마당도 깨나 예뻤구요. 전시 구성(Curation) 등 기획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는 일반 전시와 달리 수장고는 주제별/영역별 구분은 있지만 그 나뉨이 엄격한 편은 아니라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자 단점을 지닙니다. 일종의 사용법을 모르면 힘들 수 있죠. 특히 1층 개방 수장고가 그렇습니다만 다행히 동행이 미술 및 미술교육 분야에서 활동중인지라 전시된 작가의 생애나 작업 사조, 근황이나 뒷이야기(예컨대 ‘이 작가는 집에 본래 돈이 많은데 결혼하고 나서 작품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투자도 많이 해요...’) 풍부하게 들으며 보다 깊이있게 감상할 수 있었어요. 수장고의 또다른 주요 기능은 ‘복원’인데 소장품을 어떻고 보존/복원하는지 상세히 보여준다든지, 미술 재료를 직접 그리고 만질 수 있는 공간이 3층에 따로 있는 점도 특기할만합니다(민속박물관 파주관도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데 규모가 훨씬 커요). 교육자료로 쓰면 정말 좋을 공간이라고 동행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네요. 5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이름의 기술>(Art of Naming) 전시는 수장고 형태의 공간을 넘어 미술 자체를 감상하는 방법에 대한 사유와 실제를 집대성했단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줍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관람객이 난해하게 여길만한 제목을 분류하여 제목의 효용성을 질문하고, 창작의 영역에서 이름 짓기를 조명하고자 마련”했다는 전시 의도대로, “미술작품에서 제목은 다른 장르에 비해 더 직접적으로 작품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현대미술의 제목은 의미를 명확하게 나타내기보다 오히려 의혹의 대상이 됨으로써 철학적 사고를 자극”함을 제시하면서 그 제목 짓기를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여러 장치도 마련했어요. 이또한 많은 작품의 Big data가 쌓였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꼭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혹자(juilkim.com)는 청주관이 1층 개방수장고는 수장고 컨셉을 차용한 독특한 전시실로 기능할 뿐이며, 작품은 매체를 기준으로 구획되었고 일련의 서사와 주제가 배제되어 반복적으로 공간을 찾을 만한 요소를 제거했음을 제시합니다. 물론 “결국 수장고가 주는 생생한 현장감과 관리 효율성이 최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현재의 청주관 개방수장고가 고안”되었다는 절충의견도 있어요. 하지만 동행 말마따나 문화예술 자원이 대도시, 그 중에서도 수도권 등지에만 집중된 작금의 현실과 이것이 문화 접근/향유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고려한다면, 이건희 콜렉션이 어느 미술관에 현재 전시되냐에 따라 관람객 수가 오르내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공간은 오히려 더 생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함을 잊지 않아야겠죠. 별론으로, 이곳을 비롯해 요새 국립 미술관/박물관 등에서 내는 시각화 자료가 정말 품질이 좋아요. 풀컬러에 질 좋은 종이로 좋은 정보를 빼곡이 적어 제공하는 리플렛을 받아들며 정말 놀랐습니다. 건물과 이어진 별도 공간에 식당과 시민시장이 함께하는 공간도 근사하게 마련되어 있으니 방문해보세요. * 디지털청주2문화대전 홈페이지, 한국관광공사(대한민국 구석구석), 공간SPACE Magazine, 이코노미21 기사 등을 참조했습니다. * 공간 건축과 관련한 일대기와 상세 정보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10년 12월 청주연초제조창 본 건물 매입 계약 체결 - 2013년 2월 설계공모 당선작으로 원도시건축과 팀텐건축사사무소(현 강산건축)의 ‘연초제조창, 존재하다’가 선정 - 설계 2016년 6월~11월 시공 2017년 4월~2018년 11월 - 지상 5층, 연면적 19,865㎡ / 건축면적 5,406.73㎡ / 높이 41.5m - (외부마감) 기존 외벽면 유지(표면 보수 후 강화제 도포), T5 성형시멘트패널, T26 로이복층유리 - (내부마감) 콘크리트 건식갈기, 콘크리트 면처리, 친환경페인트

국립현대미술관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