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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키
4.0
4개월

* 초류향 楚留香 (중식 - 서울특별시 중구 다동 –수도권 전철 1호선 종각/시청역, 2호선 을지로입구역 부근) 작년 출장 때 들렀어요. 1989년 다동에 문을 열어 화교 1세대 할머니, 2세대 아버지를 이어 3대인 유의융씨가 운영중입니다. 1996년 SBS 리얼코리아에 누룽지탕이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는군요. 2024년이 개업 35주년이라 이런저런 행사를 했는데 한창 점심시간일 때는 해당사항 없어 그냥 세트 주문했습니다. 동파육/마파두부/마늘새우 그리고 파리머리볶음(창잉터우, 蒼蠅頭)로 구성된 3인 밥도둑 셋트(6.9만원)입니다. 모든 요리가 자극적인 맛 없이 술술 넘어가게끔 설계된 것에서 이 집의 공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어요. 동파육을 청경채가 아닌 배추와 낸 것은 전형적인 중식의 한국화라 볼 수 있는데 대단히 좋은 조합이에요. 전면 리모델링한 가게도 매우 깔끔하구요. 다만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점심이라 해도 자리 못잡기 일쑤입니다. 짧게 체류한지라 역시 짧게 쳐내는 방문기이지만 재방문 의사 많습니다. * 상호인 초류향(楚遊香)은 소설집 이름인 초류향(楚留香)을 패러디한 게 아닌가 싶네요. 가운데 한자를 "놀 유"로 바꿨어요. 후자는 홍콩에서 태어나 대만에서 활동한 무협소설 작가 고룡(古龍, 본명 슝야오화 熊耀華)이 집필한 소설집입니다. 다만 한자 발음 자체는 초유향이 맞는데 왜 굳이 류로 표기하는지는 모르겠네요. 두음법칙도 아닌데? * 파리머리볶음(蒼蠅頭)은 대략 20~30년 전 대만에서 탄생한 요리로 봅니다. 대만인 기자가 퇴사 후 중국 쓰촨성으로 요리 공부를 다녀와서는 타이베이에 사천 음식점을 차렸는데, 재료 준비하면서 많이 남는 부추꽃대를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또우즈와 다진 돼지고기 고추 등을 섞어 볶아낸 것이 시작이라네요. 기겁할만한 이름이 붙은 까닭은 요리 중 된장에 박힌 검은콩이 눈에 잘 띄었고, 그게 파리 머리 같아서 붙인 것뿐이라고(중앙일보 2024년 12월 12일, 윤덕노 음식문화저술가) * 창잉터우 자체가 워낙 유명해진 터라 대만이 아닌 곳에서도 나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이 되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초류향 가게가 대만 화교와 연관있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는 지점 중 하나가 행사 참여 시 펑리수를 준다든지 하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펑리수도 중국 남부에 이미 많이 퍼졌네요.

초류향

서울 중구 다동길 2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