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돼지국밥 돼지국밥의 오묘한 세계 부산에 왔으면 국밥을 먹는 것은 인지상정, 저번 여름에 방문해 좋은 기억을 남긴 서면 시장으로 향한다. 재시도를 할까 고민했지만 이 넓고도 다양한 국밥을 즐길 기회를 날릴 수는 없는 법이다. 여름의 옆에 있는 포항 돼지국밥으로 향했다. 여느 근본 국밥집답게 꺼지지 않는 불꽃이 가마솥을 끓이고 있었고, 한 끼 하러 오신 많은 아재들이 보였다. 일단 비주얼은 합격이다. 다만 조선 최초의 패스트푸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마 생산 공정이 꼬인듯 한데… 어찌 기분이 많이 좋진 않더라. 시간이 지나니 뽀오얀 국물의 뚝배기가 등장한다. 국물은 먹기 좋은 온도로 식어 있어 하동관을 연상시킨다. 얇게 썰린(개인적으로 두꺼운 것을 좋아하지만) 고기와 오소리감투, 소창 위주의 내장 비율도 좋다. 국물은 돼지 냄새가 꼬릿하게 올라오는 것이 합격이다. 다만 토렴이 안 된 점은 아쉽더라. 국밥을 미지근하게 주는 이유는, 빠르게 먹을 수 있게 한다는 배려인데, 이 경우 토렴이 안 되어 있으면 밥을 마는 순간 온도가 어긋나기 마련이다. 젊은 사람들이 토렴을 그다지 선호하진 않으나, 어엿한 국밥 문화의 일부분이니 꼭 존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부산식 돼지국밥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집이다. 흔히 하는 오해가, 요즘 돼지국밥들이 신세대의 입맛에 맞추고자 깔끔한 스타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오의 도시 붓싼의 아지매들은 그따위 이유로 수십년간 지켜온 곤조의 육수를 바꿀 사람들이 아니다. 부산 돼지국밥은 진하고 꾸덕한 밀양식과, 비교적 깔끔한 부산식으로 나뉜다. 부산식 돼지국밥은 향이 적다, 세상과의 타협이다 등등의 비판을 많이 당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깔끔한 국물 속에서도 우직하게 풍겨오는 돼지 냄새가 정말 매력적이다. 바다 건너 하카타의 소위 카푸치노라고 불리는 진한 돼지육수는 아니고 깔끔한 스타일이나, 이것 또한 미식의 재미 아니겠는가. Ps: 좀 싱겁다. 새우젓으로만 간하기보단 소금을 조금 쓰는것을 추천.
포항돼지국밥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68번길 2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