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1번지 지방의 몰락 다양한 양념과 나주 평야의 풍요로움이 보이는 전남은 미식의 고장이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제일 전라도스러운 음식은 홍어이다. 호불호의 대명사고, 수르스트뢰밍에 이어 세계 2대 괴식으로 뽑힌 과거력도 있으나 홍어의 매력은 수많은 중독자를 양산시킬 만큼 강렬하다. 이번 여름 전남을 방문한 일정에서, 중독자로서 나주를 피할 수 없어 방문했다. 1박 2일을 필두로 수많은 방송 출연 사진이 벽면을 장식한다. 나주까지 왔는데 칠레산 따위를 먹을 수 없지. 흑산도 정식을 주문하니 홍어 애, 홍어 튀김, 홍어 삼합 등등 다양한 메뉴가 등장한다. 먼저 홍어는 딱히 흠잡을 데는 없다. 홍어의 매력은 삭힌 향도 있지만, 연골어류 특유의 달달한 살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칠레산과 다른 차짐이 느껴져 좋았다. 그러나 흠잡는 것과 맛있는 것은 다르지. 서울에서 먹는 국내산 홍어랑 단맛이 크게 다르지 않았고, 뼈도 꽤나 억세어 아쉬웠다. 홍어 애는 정말 별로다. 잡은 지가 오래 되었는지 군내가 심해 먹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 홍어 튀김은 생선카츠같은 느낌인데, 문제는 삭힌 내가 올라온다는 것. 말로만 들어도 알겠지만 맛있는 음식은 아니고, 별식이다. 그냥저냥. 식사로는 홍어 애탕이 나오는데. 아까 애의 악몽이 있어 아무래도 손이 안 간다. 그래도 같이 넣은 나물들 덕분인지 냄새는 크게 안나고 고소해 먹을 만은 하다. 근데 왜 국이 단지는 잘 모르겠다… 돼지고기도 오버쿡된 느낌이었고, 다른 밑반찬들도 특색 없고 아쉽다. 참 아쉬웠다. 본래 흑산도의 생 홍어가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도중 삭혀 가공한곳이 나주이다. 그러기에 삭힌 홍어 기술이 뛰어나고 맛있을 줄 알았는데 서울의 식당보다 나은 점이 전혀 없다. 심지어 산지의 강점인 신선도 유지도 현저히 밀리다니… 요즘 부산, 제주 등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곤 한국의 지방 미식은 망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잘 다루는 사람도 없고, 그들이 돈을 벌 만한 관광객도 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근처 일본의 특색있고 다양한 지방 관광과 비교해 보라. 그래도 전남이라 기대했건만, 몰락하는 지방의 맛을 잘 보여주는 식당이라고 생각한다.
홍어 1번지
전남 나주시 영산3길 2-1 영실미곡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