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근처에서 일보고 점심을 먹으려 (코엑스 안의) 이집저집 기웃거리는데 토요일이라 여기저기 웨이팅.. 심지어 kfc도 가득가득이라 뭐라도 걸리겠지 싶은 마음으로 지상으로 올라가 발길 가는데로 걸었다. 어디 김밥집이라도 없나 두리번 거리는데 무심하게 평양냉면 간판이 걸려있더라. 너무 지친 상태여서 아이구 모르겠다 하며 들어갔다. 평냉에 만두 반 접시를 시키고 그제야 주위을 둘러보니 인테리어가 묘하게 깔끔한데 식당같지 않은 느낌.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가 나 말고 한 테이블만 손님이 있었고. 과연 맛은 어떠할까 걱정하며 기다리길 한참. 만두가 먼저 나왔다. 뜨끈한 만두 세 개가 나왔는데 꽉찬 속도 맛있었지만 만두피가 마음을 끌었다. 반찬으로 나온 김치랑 만두 하나를 먹고 있으려니 드디어 평양냉면이 내 앞에 놓였다. 야무지게 말린 사리와 투명한 국물. 이 가게 인테리어같이 단정하고 깔끔한데 무심한 느낌이야… 단단하게 말린 면을 젓가락으로 열심히 풀어 국물과 섞고 한 입 먹으니 어 맛있다..? 며칠전 먹은 평냉은 맛이 있었으나 면이 이게 냉면인지 막국수인지 헷갈리게 탄력없더니 여기는 제법 씹는 맛이 있었다. 국물도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그러면서 고기맛은 확실하게 났다. 어 뭐야 맛있어. 후루룩 꿀꺽꿀꺽. 사이사이 아직도 뜨뜻한 만두도 먹어가며 정신없이 식사했다. 이러면 안돼 이러면 안돼 이렇게 바닥까지 긁어먹으면 안돼..!! 하면서 마지막 면 쪼가리, 국물 한 방울까지 다 떠먹었다. 그릇들고 혀로 안 빨아먹는게 내 마지막 존엄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나만 몰랐던 맛집인듯. 무거운 짐과 더운 날씨에 지쳤었는데 홀연히 나타나 나를 구해준 기연이었다.
경평면옥
서울 강남구 삼성로104길 12 윤빈빌딩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