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한 멋집 맛 기대 안하고 가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늦은 시간 영등포.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근처에서 운영중인 카페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보통 7시면 괜찮은 카페는 대체로 문을 닫는다. 하지만 딱 한군데 늦게까지 하는 카페를 발견했다. 바로 맨홀커피 웨스턴 맨홀커피웨스턴은 맨홀커피와 아마도 같은 곳으로 보인다. 맨홀커피는 당산역과 영등포구청역 사이에 위치한 한 아파트단지 상가 지하에 있고 영국 헤리포터 느낌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은 왠지 미국서부 느낌을 주었다. 분위기는 정말 괜찮다. 인스타에 올릴만한 포인트들이 제법 많다. 껍데기가 그럴싸하다보니 커피 맛이 중간만 되어도 괜찮겠거니 하고 주문했다. 아메리카노에 원두 종류가 꽤 다양했다. 싱글오리진 원두안내가 되어 있었고 그걸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주었다. 아메리카노에는 테이스팅노트까지 같이 나왔다. 솔직히 여기까지 보면 그래도 중간은 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마신 원두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페의 것이었다. 아로마향이 강하고 산뜻함이 있으며 바디감은 낮다고 안내되어 있다. 그러나…. 아로마향은 요동벌판에서 고구려 수레바퀴의 이음쇠 같은 유물을 찾는 정도의 난이도로 찾아내야 했고 산뜻함은 강남 한복판에서 10평짜리 저렴한 월세방을 구하는 정도의 난이도로 찾을 수 있었다. 바디감은 약하다고 되어 있는데 바디감이 강하다고 안내된 다른 커피들에 비해 가장 강했다. 다른 두 커피를 마셔보았는데 테이스팅 노트의 설명과 너무 다르다. 특히 한 커피는 바디감이 별5개. 바디감이 아주 강한 원두라고 되어있었는데 그 바디감을 느끼기 위해 온 힘을 집중해야 했다. 마인부우를 물리치기 위해 원기옥을 모으는 손오공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커피들이 전반적으로 맛이 없었고 테이스팅노트의 내용과 달랐다. 겉을 투자해서 좋은 분위기의 카페를 만들었어도 어느정도 커피의 퀄리티는 유지해야한다. 또는 커피의 퀄리티가 높지 않다면 원두의 옵션을 두지 않고 테이스팅노트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서 커피 맛에 기대치를 높이지는 않아야한다. 분위기와 컨셉은 나쁘지는 않지만 커피에 대한 준비가 매우매우매우 많이 필요한 업장이라고 느꼈다.
맨홀 커피 웨스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27길 24 1층 1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