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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 출신의 한국에 사는 미국인. 잇센틱이라는 이름의 Todd가 운영하는 인스타 계정을 몇년동안 팔로우 해왔었다. 인스타 계정을 보면 한국 안에서 외국 음식의 현지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해주고 있는데 외국경험이 많은 서양인의 눈이기 때문에 나보다 훨씬 정확할 거라 생각하고 자주 참고해왔다. 내가 간 곳 중에 상당수가 그가 추천한 포스팅을 보고 갔던 곳이고 나름 만족했다. 그래서 그런 곳 중 하나로 예상하고 내방역에 새로 오픈한 그리스 음식점을 찾아 갔더니 타드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었다. 음식점 내부는 여행지 느낌이 물씬 풍긴다.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다가 바깥을 보다보면 왠지 바깥에 바다가 있을 거 같은 착각이 들 정도. 뭐 물론 실제로는 무미건조한 콘크리트 덩어리들 뿐이다. 돌마데스 16000 스파나코피타키아 18000 무사카 19000 할머니의레몬케잌 6000 그리스커피 돌마데스는 완전히 처음 접해보는 새로운 종류의 음식이다. 포도잎에 밥과 다진 양고기를 감싼 것인데 약간 쫑즈 같은 게 떠오르기도 한다. 다른 점은 포도잎 째로 먹으면 된다는 점. 작은 크기의 것인데 이게 다 수작업이다보니 하루에 준비할 수 있는 수량이 많지 않은 요리이다. 일일히 나뭇잎을 감싼다는 건 상당한 노동이 필요해 보인다. 첫맛은 살짝 신 맛이 느껴지고 그리고 천천히 밥이랑 중간중간 양고기의 육향이 느껴진다. 요거트 소스랑 같이 찍어먹으면 밸런스가 상당히 좋다. 그냥 먹으면 신 맛이 약간 튀는데 요거트 소스는 오히려 새콤하게 맛이 조화롭게 만들어준다. 스파나코피타키아는 바삭바삭한 파이 속에 든 다져진 시금치를 넣은 음식이다. 이 음식을 주문하면 먼저 시간이 오래걸릴 수 있다는 안내를 받는다. 예전 이태원역 부근의 산토리니랑 종로의 니코키친에서 먹어봤었다. 그땐 작은 간식 느낌이었는데 이것 크고 시금치가 많다보니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의 파이로 감싸진 만두요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삭한 식감이 들면서도 담백한 편인데 오이양파 등이 들어간 차지키랑 같이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다. 차지키는 약간 오이의 시큼함이 있었다. 무사카는 내가 좋아하는 라구소스랑 같이 나왔다. 위에는 베사멜이 부드럽게 올라가 있고 사이사이에 여러재료들이 라자냐처럼 층층이 쌓여있다. 그리고 아래에는 라구소스가 얹어져 있다. 베사멜은 심할 정도로 부드러운 맛이다. 라구는 진한 듯 하면서도 뭔가 절제된 맛이다. 고기랑 가지 감자가 제각각 다른 식감을 보여준다. 굉장히 담백한 느낌의 건강한 집밥. 왠지 한방에 와 라기보다는 많이 먹어도 금방 질리지 않을 거 같은 편안함을 주는 음식이었다. 할머니의 레몬케이크는 파운드같은 느낌이다. 케잌 안에도 레몬 향이 나는 듯 하고 위에 얹어진 것에도 레몬의 상큼함이 확 느껴진다. 다른 음식들을 먹고 입안을 좀 정리해 주는 느낌. 바클라바를 많이 추천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예전에 먹고 내 스타일 아니라서 조금 피했었다. 한번 해볼걸 그랬나? 올리브잎차라는 게 있는데 너무 신기했다. 예전 화성에서 도이창커피농장이란 카페에서 커피꽃차라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올리브로 차를 마신다는 생각을 한번도 안해봤었다. 일단 전형적인 잎차의 향이다. 왠지 모르게 녹차랑 비슷하면서도 살짝 떫은 듯한 느낌이 조금 났다. 하지만 홍차나 우롱차의 숙성된 차 맛과는 차이가 있었다. 알고 있는 맛의 범주에서 벗어나진 않았지만 올리브 잎으로 차를 마신다는 거 자체가 신기하달까.. 그리스커피를 제공받았는데 터키커피랑 역시 닮았다. 데미타세에 담아져서 나왔는데 진해서 잠이 번쩍 깨는 맛이다. 그리고 1/3부터 커피 찌꺼기가 있다. 이 커피가 원래 그렇다. 진한 맛이 매력이니까 한번 도전해 보길. 음식을 좋아하다못해 직접 음식점을 오픈하기까지.. 괜찮은 시도로 보인다. 몇년 전에 그리스 음식점들 이곳저곳 은근 있었는데 그곳들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조금 아쉬웠던 차에 그리스 음식점이 오픈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그런데 내가 인스타로 팔로우하단 타드라서 더 반갑다는 생각이.. 한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음식의 제공은 비교적 느린 편이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노스티모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125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