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경과 종류를 넘나드는 다양한 티 라인업을 스와니예 셰프와의 콜라보로 된 티 코스를 제공 받았다. 코스는 4가지인데 하동스페셜홍차 토마토타르트의 조합 안화복전 라비올리 철관음 수비드대구 루이보스 슈,마카롱,마시멜로우 하동의 홍차는 우홍 또는 홍우전이라고 한다. 올해 수확된 햅차인데 홍차 제조법으로 만들어졌고 토마토와 얌의 맛이 같이 느껴지는 홍차이고 스와니예 서정운 셰프님이 뒤에서 토마토타르트를 준비해서 같이 제공해 주셨다. 뜨거운 물로 차호랑 숙우를 데워주셨는데 찻입의 부스러기가 거의 없어 거름망 없이도 찻잎의 부스러기가 전혀 없는 것이 신기했었다. 그래서인지 첫잔을 버리거나 하는 과정은 따로 없었다. 차의 맛은 구수함 그 자체. 그리고 홍차 특유의 떫은 맛이 거의 안 느껴진다. 이건 이 찻잎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 같기도 하고 코스 중 대부분의 찻물을 거의 넣자마자 따라주셨는데 그래서 그런 거일 수도 있다. 원래 홍차는 오래 우리면 떫어지긴 한다. 말씀하시기로는 끝 맛에 토마토의 맛이 난다고 하시는데 난 왜 이상하게 첫맛에 느껴...내 혓바닥이 좀 이상한가보다. 여튼 고구마 같은 맛이 나는 게 얌이라고 하셨다. 토마토타르트는 토마토마시멜로우? 파마산 발효된생크림 등이 있는데 잘 모르겠고 얇디얇은 파이와 상큼한 토마토의 맛이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아마도 홍우전에 토마토 맛이 나는 것 때문에 페어링 되었나보다. 다음코스는 중국 후난성 백사계의 안화복전. 보이숙차와 같은 흑차다. 보이숙차의 형태는 둥글넓적한 병차라고 하지만 안화복전은 전차(탱크 아님)이다. 후난성의 흑차가 주로 이런 전차라고 설명해 주셨다. 같은 전이지만 청태전 같이 엽전 모양의 錢이 아니라 벽돌을 뜻하는 塼이다. 흑차이기 때문에 인공적인 숙성 과정을 거친 것이고 정확한 시기는 헷갈려하셨지만 2012년부터 숙성되었다고 하신다. 거의 8~9년? 찻 잎 사이사이에 금화라고 해서 금색의 부분을 보여주셨다. 이게 많아지면 자연적인 단 맛과 특유의 향이 가미된다고 한다. 이 차는 홍우전과 달리 한번의 세차를 거친다. 흑차가 가지고 있는 구수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고 자연적인 단맛이 많이 났는데 아마도 그게 금화가 가지고 있는 맛으로 보인다. 맛에서 살짝씩 김 맛 같은 게 느껴지긴 했다. 아마 그건 설명을 들어서 그런 거 같고 그냥 마셨다면 못느꼈을 듯도 하다. 페어링된 음식은 와인라구 라비올리. 네모난 만두파스타. 겉에 검녹색의 색감은 김이 들어가서라고 한다. 만두소에는 와인으로 졸여진 라구인 듯하고 아래에 깔린 소스는 돼지감자크림소스, 김은 아마 차에서의 김 맛 때문이라 하신다. 라비올리의 반죽은 은근 식감이 느껴졌었는데 김맛이 좀 있다보니 아무래도 한국음식 같은 외국음식이었다. 차 맛 자체가 워낙 구수한 느낌이라 아마 어떤 음식과 먹어도 비교적 잘 맞았겠지만 정갈하고 고급지면서 한국적인 느낌이 가미된 파스타와의 콜라보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다음은 철관음이다. 이 차는 솔직히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내가 가장 처음으로 차를 맛있다고 느낀 게 이 철관음이라는 우롱차였다. 철관음은 나무 풍종의 이름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번 것은 차호가 아니라 개완으로 나온다. 아마도 우롱차 자체가 찻잎이 크기 때문에 개완으로 해도 찻잎의 작은 부스러기가 따라오진 않았다. 그래서 개완으로 하신 듯. 우롱차는 보통 찻잎이 작아 보이는데 물에서 우리다보면 커진다. 미역 같은 반전이 있으니 주의하자. 수비드 대구와 특정 허브. 아래에는 우엉 참외가 활용되어 만든 소스이고 다시마 레몬으로 된 거품이다. 소스는 생선뼈를 장시간 우려서 만든 소스이다. 생선살의 부드럽고 담백한 맛은 허브과 거품 등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위에 올라간 허브가 철관음과 향 매치가 좋다는 생각이 들어 이 음식을 만드셨다고 하신다. 음식들은 대부분 강하지 않고 잔잔한 느낌이라 동양차와 은근히 잘 어울려주는 느낌. 말차에이드가 나왔는데 레몬즙이랑 말차와의 조합이 매력이었다. 리몬첼로가 추가 가능하지만 왠지 내가 단호박처럼 안한다고 해서 다른 분들도 왠지 덩달아 안하게 된 느낌...(뻘쭘) 그래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말차와 청량한 레몬에이드. 은근 괜찮은 조합이다. 하지만 역시나 나는 베이직한 차 맛이 더 좋다. 루이보스는 유일하게 차 전용 드리퍼를 이용해 만들어주셨다. 요것도 굉장히 신기한 느낌. 나중에 하나 장만하고 싶어진다. 개인적으로 루이보스는 많은 카페들에서 루이보스를 이용한 가향차들을 많이 판매하던데 형편없는 맛이 너무 많아서 점점 피하게 되었다. 이건 루이보스가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내가 전에 방문한 카페들에서 받은 느낌은 “루이보스 맛 따위 너넨 모르니까 강한 향으로 마구 덮어서 주마, 그래도 너넨 모를걸?”이라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많다. 그래서 나는 시중에 파는 껌 맛? 같은 걸 많이 느꼈다. 만원 미만의 차를 사서 후X보노 맛 같은 게 느껴진다면 참 현타가 온다. 사장님이 가향차를 안 좋아하시기에 직접 오렌지를 이용해 향을 첨가하셨다. 그 결과 차 맛과 은은한 오렌지의 향을 덧입힌 맛있는 가향 루이보스를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음식은 디저트들. 트러플 슈, 오렌지초콜렛마카롱, 인절미마시멜로우 이 순서대로 먹으면 된다. 이번 코스는 디저트카페에서의 느낌과 유사했다. 프랑스식 디저트는 차랑 당연히 잘 어울릴 수 밖에.. 내 차 취향은 커피보다 훨씬 오래됬다. 커피는 솔직히 스타벅스와 같이 시작했었고 차 취향은 중국에 처음 갔었던 20살 때부터 시작됬다. 예전 운남성 여행 때도 가장 큰 즐거움 중에 하나가 바로 찻집에서 다양한 차를 접해보는 것이었다. 한국은 중국과 달리 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은 편. 그래서 이런 식의 차 문화를 접한 경험이 많지 않다. 와보기 전에는 유럽식 홍차 위주로 하시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전통차와 중국식 차가 많이 있어서 상당히 반가웠다. 다음에 혼자서라도 한번 방문해서 보고 싶은 곳이다.
코코시에나
서울 마포구 동교로 255-1 4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