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에서 발견한 가장 마음에 드는 업장. 전통적인 분위기와 인스타스러운 갬성 깔끔함과 전문성을 두루갖춘 듯한 찻집. 차는 주로 중국 차를 보유하고 있었고 메뉴는 따로 공개되지 않고 손님들이 원하는 스타일을 이야기하면 거기에 맞게 차를 골라주신다. 아마도 그때그때 찻잎의 종류가 다른가보다. 두가지의 방식으로 이곳을 즐길 수 있다. 1층에서 바의 형태로 된 테이블에 앉아서 사장님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차를 마시는 방식이다. 사장님이 직접 우려주시거나 봐 주시는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자리가 날지 안날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테이블이다보니 아무래도 편하거나 프라이빗하진 않다. 2층 다락방에서 차를 마시는 방식이다. 좁지만 전통적인? 정확히는 동양적인 미학을 잘 표현한 방과 운치있는 다기들. 문제는 오르내리는 것이 살짝 위험하고 천장이 낮고 공간이 좁다. 또한 직접 차를 우려 마시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티코스를 따로 제공하고 있지 않아서 그 점이 좀 아쉬웠는데 그래도 운치있는 다락방에서 차를 즐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3명을 예약했다. 예약을 3명까지만 받는다. 4명도 가능은 한데… 너무 좁아 보이긴 하다. 경매 백차 천복차 육보차 이렇게 하나씩 주문했다. 차완/차관/숙우 모두 아도에서 직접 만들었다. 개완처럼 생긴 찻잔. 주둥이가 있는 큰 잔 같이 생긴 숙우. 그리고 작고 아담한 다관까지. 다관은 구멍이 아주 작아서 녹차에서 홍차까지는 거름망이 필요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다관에서 숙우로 찻물을 따를 때 숙우에 다관을 통째로 얹을 수 있다. 크기가 딱 맞는다. 아주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경매는 운남성의 보이차 산지로 유명한 지역인데 백차가 있다고 한다. 19년산인데 섬세하고 향긋한 꽃향이라 말씀하셨다. 찻잎이 크진 않아 거름망이 필요없고 세차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 첫잔부터 바로 마셨다. 일단 향이 강하지는 않고 아주 은은하다. 꽃향이라고 느끼진 않았는데 같이간 일행들은 들꽃향과 닮았다고 이야기 했다. 개인적으로는 곡물 향에 가까운 구수함이 느껴졌다. 천복차 흑차 계열의 차이고 후난성 백사계의 종류 중 하나이다. 보이숙차와 비슷한 형태로 덩어리져있다. 네모난 벽돌형태로 보인다. 코코시에나에서 예전 마셨던 안화복전과 유사한 늬앙스를 많이 느꼈다. 차를 우리는 과정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익숙한 향.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 향을 김으로 인식하지 싶다. 김 향이 확연하게 느껴져서 재미있었는데 맛은 더 김의 늬앙스가 난다. 스모키함이 더해지다보니 왠지 그냥 김이 아닌 구운김. 백차 같은 경우는 마실 때마다 조금씩 진함과 향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건 향과 맛은 아주 일관적이다. 왠지 밥과 나물 같은 것과 같이 먹고싶어지네 만드는 차다. 광시성 육보차 예전 꾸이린에 여행간 기억이 난다. 장족(티베트 장족과는 한자가 다름)으로 대표되는 소수민족들이 많은 지역인 광시성도 유명한 차 산지 중 하나이다. 흑차이고 보이숙차의 늬앙스와 매우 닮은 차이다. 주문한 차 종류 중 가장 묵직하고 진했기에 마지막 순서로 마셨다. 맛 또한 보이숙차의 결이 비슷하다. 숙향이 진하다. 비에 젖은 흙의 향과 닮았다. 비가 오는 건 싫지만 가끔 비냄새를 맡을 때 기분좋아지는 묘한 느낌이 있다. 숙향이 진한 차를 마실 때는 왠지 그런 기분이 든다. 이 또한 맛이 일관적이다. 변화무쌍한 찻잎과는 살짝 다른 편. 세종류의 차 모두 저마다 특유의 개성이 있었다. 꽤나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문래동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업장을 찾은 것 같다. 이곳은 절대 주변업장들처럼 겉멋만 잔뜩 든 그런 곳이 아니다.
아도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5길 1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