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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Believe it or not, 살다보면 ‘맛’ 이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가장 믿음직한 맛집 네비게이터 뽈레 에서 이런 말을 하니 생경할 법 합니다만, 하지만 정말로 살다보면 ‘맛’ 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 가령 소개팅이라든가, 데이트를 할 때가 그렇지 않나요? ㅎㅎ 멋있고 예뻐보이고 싶고, 콩닥콩닥 설레고 두근거리고, 테이블 위의 손을 어디 둘 지 몰라 어색해 죽겠는데, 맛이 대순가요 그럴 땐 그저 적당히 조용하고 분위기 좋고, 하지만 너무 작정하고 소개팅 명소 느낌은 안나면서 왠지 이런 곳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어필 하는 것 만으로도 점수 좀 따는 것 같고, 맛있긴 한데 그렇다고 너무 맛있어서 무심결에 ‘어머 존맛!’ 이라고 외치지 않을 정도, 딱 그 정도의 적당히 맛있는 곳이기만 하면 됩니다. 광화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꼽으라면 바로 이 동네일 겁니다. 지번 상으로는 내수동 이라고 불리우는 곳, 저는 주로 서울역사박물관 뒷길 혹은 주한 체코 대사관이 있는 곳 이라고 부르는데요, 체코와 오만 그리고 러시아 주한 대사관이 있는 동네다보니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조용합니다. 성곡미술관도 마침 그 근처죠. 운치있는 동네 분위기에 걸맞게 멘쯔’ 라든가 고가빈 커리’ 라든가 이 동네 터줏대감 커피스트’ 등 각각의 개성과 분위기가 묻어나는 곳들이 많은데 지금 소개하는 후라토 식당은 사실 그런 곳들에 비해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닙니다. 맛집이냐 묻는다면 네, 괜찮아요. 독보적인 맛을 가진 곳은 아니지만 ‘괜찮습니다’ 이 식당까지 오려면 내수동을 걸어와야 하는데 사계절 모두 고요하게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동네이고 언제나 한적하기 때문에 소개팅녀와 썸남과 연인과 적당히 거리를 두며 혹은 살포시 손을 잡으며 걸어오기 참 좋습니다 . 메뉴는 몽글몽글 부드러운 오므라이스와 개인 화로에 구워먹는 규-가츠가 대표적인데, 둘 다 엄청 맛있지는 않아도 꽤 맛있어요. 다 먹고 맞은 편 커피스트를 가도 좋고 혹은 슬슬 걸어서 서촌 데이트를 가도 좋겠지요. ‘데이트 할 건데 광화문 맛집 좀 알려줘’ 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명색이 데이트인데 뚝감을 알려줄 수도 없고 날이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고생스럽게 웨이팅 잔뜩 해야 하는 고가빈커리 나 멘쯔를 알려주기도 좀 그렇고, 걍 안전하게 디타워 가라고 하기엔 어쩐지 성의 없어 보일 것 같을 때, 주로 여기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백퍼센트 확률로 모두 만족해하며 저를 추켜세워 주었어요 그들도 뭐 저에게 대단한 맛집을 기대하면서 물어봤겠나요, 서로 나긋하게 이야기하면서 걷고, 적당히 이색적이고 (규가츠) 적당히 맛있는 메뉴를 화제삼아 어색한 빈 틈 없이 대화하고, 기분좋게 먹고 나오면 왠지 좋은 예감이 드는, 그런 곳 입니다. 뭐 맛이 대수겠나요- 물론 맛도 ‘괜찮’ 고요 :)

후라토 식당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5길 19 로얄빌딩 지하1층 63호

조이

정성스러운 리뷰네요~ 마치 잡지의 한귀퉁이를 읽은 것 같아요! ㅎㅎ 친구가 광화문쪽에서 데이트한다고 맛집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저도 똑같이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다음엔 여기 알려줘야겠어요!!!😆🙇🏻‍♀️

권현우

글을 잘쓰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