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맛에 관하여 이상한 '곤조' 가 있는데요, 어떤 음식에 대해 편견과도 같은 이데아적인 맛을 충족해야만 비로소 궁극의 경지라고 여기는 편입니다. 즉 모든 음식이 최고 수준으로 고급스럽고 완성도 높고 맛있길 바란다기보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향적인 맛을 충족하길 기대하는 것이죠. 음, 이는 어쩌면 제가 보편적이고 익숙한 것에 대해 새로움이나 재해석 보다도, 오리지널과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여정을 더 선호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 짜장면과 짬뽕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유명하다는 중국집을 가보면 해산물 혹은 고기 육수를 아주 진하게 우려내어 정성과 나름의 특색이 느껴지고, 짜장면 역시 건더기 식감이 아삭아삭하고, 소스 맛이 크게 달지 않으면서 msg 맛도 덜한 매우 세련된 짜장면이 나오더라구요.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모범생 같은 맛, 맛이 있냐 없냐 라고 물어본다면 흠 잡을 데 없는, 하지만 이게 그 어릴 적 가족들이랑 둘러앉아 배달온 그릇의 비닐랩을 뜯던, 언제나 같은 곳을 찾게 되어 쿠폰 10장에 간짜장 한그릇, 30장에 탕수육 한그릇 서비스를 받아먹던 그 중국집 맛이냐 물어본다면 아니거든요. 네, 저는 Cha R 과 같은 'American chinese cuisine' 도 아니고 고급 보이차가 함께 나오는 '호텔 중식당' 도 아니고, '모던눌랑' 같은 퓨전 차이니즈 레스토랑이 아닌, 그저 '동네 쭝국집' 을 찾고 있던 거였어요. 적당히 싼마이 맛이 녹아있으면서 그 어떤 재료의 맛도 독특하게 튀지 않고, 무심한 주방장 아저씨가 다소 따분한 표정으로 (비장한 표정 X) 불 앞에서 웍을 다루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힘을 뺀 대충의 맛이지만 그 나름의 맛이 있고 또 언제나 한결같은 맛을 낸다는 점에서 그 나름의 운치가 있는 그런 짜장면과 짬뽕 맛이 그리웠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동네에서 찾았지요. 저는 언제나 이 곳에서 짬짜면을 먹습니다. 한번 맛보면 이게 그렇게 특별한 맛인가 싶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딱 '동네 쭝국집' 으로서 아주 맛있는 곳입니다 😋 가게 내부가 썩 구색을 갖춘 곳은 아니어도 가격대 저렴하고 언제가도 정겨운 동네 쭝국집으로 매우 추천이에요. 어쩌면 편견일 지도 모를, 제가 생각하는 맛에 있어 오리지널과 아이덴티티 라는 건 사실 별거 없어요. 오랜 시간 한결같음, 그리고 그 한결같음을 기꺼이 유지해온 어떤 고집이나 자신감, 성실성을 애정한달까요. 언제나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 지쳐버리고 신물이 나 버렸을 때 찾아올 수 있는, 아니 적어도 그리워 할 수 있는 맛의 기억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 설사 그것이 대단할 거 없는 맛나, 다시, msg, 설탕의 맛일지라도요.. 😵
다림원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1500 백천이스트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