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고기가 땡겨서 친구들과 방문한 알라딘의 양고기. 일요일 저녁이라 사람도 없고 한적했다. 리뷰에서 봤던 대로 상호명과 인테리어의 괴리감이 현저했다. 일단 고기를 주문하니 밑반찬이 나왔다. 할라피뇨, 올리브 토마토에 소스는 소금과 바베큐, 민트 소스라는 일반적 고깃집에서는 보기 어려운 곁들임들. 그와중에 고기불판 가장자리에는 떡, 두부, 버섯을 굽고 있고 주전자로 계란물을 부어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는 혼파망스러운 식탁. 키치하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게 맞는거려나…? 제일 맘에 들었던 건 샐러드. 소스는 일반 고깃집스런 한국적인 맛이 나면서도 위에 얹힌 콩이 아랍의 향기를 유지해주었다. 고급 양갈비는 뼈에 붙어 나오는 선분홍빛 양고기에 윤기가 좌르륵 도는게 확실히 고기의 질이 좋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불에 올리고나서 간단한 양념을 바로 뿌려 주신다. 일단 3종 양념으로 맛을 보았다. 소금은 붉은 양념이 섞여있어 양꼬치양념이라도 섞었나했는데 그냥 고춧가루인가…그리 개성있진 않았다. 바베큐 소스는 바베큐향만 강한 느낌이고 민트소스는 색깔 아니면 민트인지 알기 힘들다. 그래서 이곳은 양파소스를 따로 시키는 것이 필수인 것 같다. 양파와 휘핑크림을 갈아서 만든 듯한 소스에 토마토, 올리브, 할라피뇨를 듬뿍 얹어주시는데 달콤하면서도 양파의 시원한 맛이 양고기의 기름짐과 잘 어울린다. 고기에 소스를 듬뿍 찍어 빵에 샐러드와 함께 싸먹는게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었다. 그래서 아랍식 양갈비에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먹는다면 기본 양갈비에 없는 초록색 향신료가 크러스트 느낌도 나고 괜찮지만, 그렇게 강하거나 이색적이진 않기에 나처럼 여러가지 넣고 싸먹으면 그냥 양갈비랑 다른 점을 느끼기 힘들다. 반대로 이국적 향에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들은 여기부터 시작해도 괜찮을 듯. 양등심은 양갈비보다 좀더 쫄깃한 느낌. 큰 차이는 없었다. 많은 분들이 필수라고 말하시던 후무스도 주문해보았다. 예전에 먹어본 것들보다 큐민 맛이 강해서 꽤 거칠다라는 느낌. 그래도 그냥 빵에 같이 싸먹으면 훌륭한 양념이다. 입가심으로 양탕을 주문. 이건 또 완전 한식으로 들깨가루가 팍팍 들어간 감자탕 맛. 지금까지 나온 메뉴들이랑 결이 달라서 좀 깨긴했는데 맛나게 먹긴했다. 양을 써서 감자탕보다 좀더 깔끔하기도 했고. 정리하자면 메뉴마다 한식과 중동사이 스펙트럼에서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도 볼 수 있고, 중구난방이라고 느낄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근처에 탑티어 품질의 양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란 건 확실하기 때문에….하얼빈 양꼬치에서 요리를 해치우고 양고기는 이쪽에서 먹으면 될 것 같다는 플랜을 머리 속에 조용히 작성해봅니다…
알라딘의 양고기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7길 42-16 정빌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