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싶어서 이렇게 이름 지으셨다는 정리의 밤. 요즘 붐을 타고 생긴 한식주점인가 했더니 생각보다 연식이 있는 가게였다. 연희동의 다세대 주택 1층 경비실이 있을법한 곳에 자리해있다는게 독특. 문을 열고 들어서면 노을빛 조명이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다. 바 자리도 있고 테이블석도 있고 룸도 있어서 다양한 모임을 가질 수 있게 구성되있는게 좋다. 우선 치즈감자전, 한국식포르게타, 두부라자냐를 주문. 기본 안주로는 고추장과 생양배추가 나왔다. 양배추를 생으로 먹는건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패쓰. 한식주점이면 기본 안주는 보통 나물 같은거라고 생각하는데….생야채는 집에서 마실 때 정말 안주거리 없으면 꺼내올만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치즈감자전은 다른 리뷰에서 쓰신 것처럼 전분과 감자를 섞고 안에 치즈를 넣어 지져내신듯 했다. 근데 전분은 기름을 먹는 성질이 있잖아요? 그리고 치즈를 풍부하게 넣어서 전 두께가 두꺼운 편이었기 때문에 치즈가 다 녹기까지 전 부치는 시간이 꽤 걸릴 거란 말이죠? 그 결과로 입에 넣고 씹으면 쭉 나오는 기름+치즈 시너지로 매우 느끼한 느낌. 감자가 얇게 썰려있어서 더 기름을 먹은 느낌이고 트러플마요는 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불난집 기름을 투척한다. 루꼴라는 이런 느끼함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종류의 쓴맛이 아닌 듯 했다. 술안주라지만 과도하다. 한국식포르게따는 음…수비드해서 구워내셨다고 했는데 너무 과하게 재해석하신게 아닐까. 포르게따는 넓게 펼친 오겹살 안에 향신료를 채워 구워낸 음식으로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안쪽 살이 매력인 음식이다. 근데 이건 그냥 삼겹살이네요? 사장님 내 껍질 어디갔나요…. 안쪽 살도 수비드해서 부드럽긴 했는데 수분감이 적고 에어프라이기로 통고기를 구울 때 자주 봤던 생고기겉면 갈라짐이 보였다. 촉촉하다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최근 제대로된 포르게따를 먹어볼 기회가 있었기에 더 그런걸지도. 버터갈치속젓 양념은 맛있었습니다. 루꼴라도 고기와는 잘 어울렸고. 두부 라자냐는 그냥 라자냐면을 두부피로 대체한 음식.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라구, 벨샤말 소스와 치즈가 맛있었고(맛없기도 힘들지만) 중간에 크리스피한 느낌을 주는 게 있어서 나쁘진 않았다. 술은 일단 선호막걸리를 시켰었다. 막걸리지만 깔끔하고 드라이해서 첫잔으로 좋았다. 다음은 나주생쌀막걸리. 이건 젖당이랑 구연산이 들어있어서 약간 포도느낌의 단맛이 났는데 취향에 맞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미나리 닭전골을 추가로 시키고 어울릴만한 술로 토끼소주 백을 주문. 토끼소주는 상당히 강한 인상이면서도 과실향이 살짝 풍겨서 국물과 먹기 좋았다. 도수가 더 높은 흑이 궁금해지는 맛. 미나리 닭전골은 당근,배추 등의 채수와 닭육수가 잘 어우러지고 미나리 식감과 쫄깃한 닭고기 조합도 맛있었다. 닭껍질쪽을 한 번 구워서 내신 점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혹평만 적어놓은 것 같은데 분위기 자체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고 사는 곳이 근처라면 이름그대로 하루를 정리하며 한 잔하기에는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멀리서 찾아오신 분이라면….연남동에도 좋은 곳이 많지 않을까요.
정리의 밤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31-1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