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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룬
추천해요
1년

녹은 빙하가 흘러 다시 돌아올 때까지. 근처 모임을 가기 전 못 먹어본 이 곳의 젤라또를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문한 카카오봄. 그냥 젤라또만 시킬까 하다가…와플을 주문하면 젤라또를 얹어준다길래 와플은 또 못참지~ 쌍둥이로 나온 와플 위에 얹힌 천사와 악마 젤라또는 무얼 의미하는 것이려나. 슈가 파우더까지 인심 좋게 뿌려진 네모네모를 칸 맞춰 슥슥 잘라 입안에 넣으면, 겨울철 차가운 손 비비며 불어넣던 입김같은 따스함과 그 숨결만큼 가볍게 파삭거리는 질감. 쇼콜라띠에가 와플까지 이리 완벽하게 하실 필요가 있을까 싶다가도 어디가서 이런걸 먹으랴 싶어 감사해지는 맛. 젤라또는 손바닥에 내린 눈송이마냥 녹아내리지만 그 맛은 첫 눈 온날의 발자국처럼 혀에 강하게 남겨져있다. 원래는 좀더 쫀뜩한 스타일은 선호하지만 이렇게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걸. 악마보다는 천사의 순우유맛이 취향이었다. 게눈감추듯 먹고 문을 나서며 다음 방문에는 초콜릿 수프를 먹어볼까 싶던 와중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폐점 소식. 항상 저 산의 빙하처럼 그 자리에 있을거라 생각했던 매장이기에 U자 계곡마냥 뚫린 부재의 상실감이 더욱 크다. 그래도 컨설팅 등은 그대로 진행하신다니 이 곳의 터치를 느껴볼 수 있는 매장들이 앞으로 등장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흘러들어온 물줄기가 계곡을 채울때까지 나 역시도 부지런히 돌아다녀봐야겠다.

카카오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길 45-1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