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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 Pitt
추천해요
1년

가겐이라는 가이세키 전문점이 최근 호사가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괜찮다는 소문이 돌아, 궁금증이 생겨 방문했습니다. 쿠로기 출신 원진희 셰프와 칸다 출신 최현아 부부 셰프가 운영하는 업장이라네요. 쿠로기는 교아지 계열, 칸다는 미슐랭 3스타라고 홍보 문구에 적혀있던데 저는 안 가봐서 업장들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디어디 출신 보다 어떤 요리를 하고 싶냐가 더 중요하니까요. 애초에 예약할 때 사진을 보고 느낌이 와서 예약했네요. 니혼슈를 한 병 주문했는데 음식이 전반적으로 니혼슈랑 잘 어울립니다. 술잔은 식사비용보다 더 비싼거 같더라구요. 잔이 너무 비싸서 조심스럽게 다뤘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음식을 몇 개 써보면 이번 달의 주재료는 송이버섯 이었습니다. 전 버섯을 안 좋아하는데, 아마 살면서 가장 버섯을 많이 먹은 날인거 같네요. 첫 음식으로 나온 가지 요리 상큼하니 맛있었네요. 가지가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시그니처 메뉴로 미는 쿠로기 소면은 쿠로기 상이 개발한 메뉴라고 하네요. 우니를 비빈 면에 우니를 올리고 다시 캐비어를 잔뜩 올리는 말 그대로 돈의 맛이네요. 면을 다 먹으면 샤리와 참치, 김을 조금 올려주는 데 이것도 별미네요. 시그니처라 할만큼 맛있습니다. 핫슨도 좋았어요. 튀김류도 좋았고 특히 무화과 버무림이 완전 맛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탄수화물을 먹는데 꽤나 배부르기 시작했네요. 깨를 직접 볶아서 버무린 전갱이는 술안주로 좋았어요. 송이 버섯 구이와 송이 버섯 튀김을 지나 하모 샤브샤브도 좋았네요. 다만 메뉴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손이 많이 가다보니 버너가 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미리 사전에 켜봤음에도 불구하고. 솥밥도 두 종류나 나오고 안심으로 만든 장조림 맛있었습니다. 솔직히 이때쯤이면 배가 터지는 줄 알았네요. 저 엄청 잘 먹는 편인데 밥은 좀 남겼어요. 고사리에서 추출하는 미량의 전분으로 만든 와라비 모찌가 참 인상적이었네요. 뜨거운 불에 냄비를 쥐고 20분 넘게 휘저으면서 만들어진 와라비모찌는 식감이 쫄깃하면서도 치아에 전혀 달라붙지 않는 신기한 식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오 아이스크림과 샤또 뒤켐을 주셨는데, 시오 아이스크림은 말 그대로 정말 소금의 맛과 아이스크림의 텍스처만 남아있구요. 샤또 뒤켐은 디저트 와인으로써 좋네요. 물론 빈티지가 어린 편이지만, 전 30년 이상된 샤또 뒤켐은 마셔보질 못해서... 애초에 샤또 뒤켐 주는 것만으로도 대단. 아무래도 오랫동안 일본에서 요리를 하셨다보니 일본어가 더 익숙한 면도 있으실 터, 그래서 그런지 서빙 직원 분 한 분을 일본인 이시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객이 불편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꽤나 매끄러운 접객. 셰프님들도 처음엔 어색해하시더니 손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하시더라구요. 인스타, 지인 홍보 부탁한다고 귀엽게 말씀하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아직은 쉽지가 않으신듯. 애초에 한국에서는 압도적으로 스시 오마카세가 더 선호도가 높고, 업장도 많으며, 심지어 가이세키에서 수련하신 분도 한국에서는 스시를 쥐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가이세키 업장으로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겐도 인당 33이라는 가격대면 왠만한 하이엔드 스시 오마카세 가격대니 이 가격을 내고 식사를 하실 분들이 많진 않을 거 같네요. 그렇지만 분명히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 점, 한국에 아직 많이 없는 가이세키 전문점이라는 점은 충분한 메리트로 다가옵니다. 이 곳 외에도 압구정에 몇몇 가이세키 전문점이 있으니, 가이세키 열풍이 한 번 불었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한 달에서 한 달 반 사이로 메뉴 구성을 바꾸신다고 하시는데, 조금 업장이 안정되면 다시 방문해볼 생각이네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하시면 추천합니다.

가겐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80길 19-1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