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메밀냉면인지 메밀열무냉면인지, 하여튼 메밀냉면임. 열무가 올라간. 맛을 을밀대나 아소정과 비교한다면? 사실 이 집만의 제면 방식과 육수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려울 듯함. 아소정은 함흥냉면인데 육수에서 나는 MSG 특유의 향이 나에게는 조금 거슬리고, 을밀대는 굳이 줄까지 서서 먹을 만큼의 메리트는 없었음. 그래서 공덕 인근에서는 냉면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었음. 그러다 비 오는 날, 비빔국수나 먹으려고 들어간 칼국수 가게 입구에서 초록색 메밀냉면 개시를 발견함. 메밀냉면까지 최애메뉴로 합류 이후 가격과 맛, 양까지 모두 사로잡은 이곳은 내 주중 점심의 8할을 차지하게 되었음. 일행은 이 집 콩국수가 엄청나다며 갈 때마다 콩국수만 먹음. 진주집보다 맛있다고 하면서 돌아갈 때는 콩물도 한 통씩 사감. 나도 매번 고민은 하는데, 본가에 가는 주에 한 통 사야겠음. 요즘은 내 얼굴을 외우신 건지, 너무 자주 가니까 점점 양이 늘어남. 아무래도 나를 대식가로 보신 듯함. 그런데 나는 음식을 남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주는 대로 다 먹는 편이기도 함. 그러니 실제로 잘 먹기도 함. 여성분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점심 한 끼를 든든하게 먹고 싶은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임. 얼마 전 연남동에 젊은친구들이 운영하는 라멘집에 갔다가 문득 고개를 끄덕거렸음. 거기에서 이 가게가 생각남. 소개팅 자리에서 진국인 전여친을 떠올린듯한 아릿함을 식당에서 식당을 떠올리며 느낌. 이제 엄마손칼국수 같은 가게가 우리가 제대로 된 육수를 맛보고, 직접 치댄 반죽을 숙성시켜 만든 면을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가게이겠구나. 도대체 그 가게는 마진률을 뭘로 알고 계실까? 궁금하기도 함. 남으시겠지? 그러니 오래 하시겠지? 이렇듯 요란한 이미지메이킹을 하는 가게들은 많지만, 이곳은 뭘 내세우지도 않음. 현금내면 500원 내려주시는데 써놓지도 않아서 근래에 알았음. 손맛 좋고, 양 든든하고. 오래된 가게가 기본적으로 가진 힘이 있음. 빈 수레가 요란하듯, 묵직한 이 가게는 고요하기까지 함.
엄마손 칼국수
서울 마포구 백범로20길 1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