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상권에서 흔치 않은 평균 이상의 화상 중국집> 명지대 건너편 골목 깊숙이 자리한 50여 년 업력의 화상 중국집. 몇 년 새 아파트 단지로 천지개벽한 명지대 사거리 일대와는 달리 여전히 예스러운 주택가로 주변이 둘러싸여 있다. 명지대 상권에 흔치 않은 제야의 중식 고수로 알려졌고 여러 중식 애호가들이 많이 찾으시며 좋은 후기들이 이어지길래 겸사겸사 방문하게 됐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술꾼과 함께 요리를 먹을 거라 식사는 일단 뒤로 빼고 오향장육과 라조육을 먼저 주문했다. 술은 칭따오도 없고 연태도 없길래 그냥 소주로 시키려다 북경 고량주가 7천 원이길래 그걸로 깠다. 오향장육은 가격이 2만 원이었나 아무튼 무척 싸서 시켜봤고 대체로 담백한 편이었다. 때문에 고기 본연의 맛이 강조됐으며 다진 마늘은 따로 안 올라가고 고춧기름 양도 적었다. 살코기임에도 잘 삶아낸 돼지고기는 얇게 썰어내 퍽퍽하지 않고 혀에 찰지게 감겨들며 감칠맛이 꽤 좋았다. 짠슬은 유달리 탱탱했고 오이, 고기와 삼합으로 즐기니 깔끔, 개운했다. 라조기는 소스에 촉촉하게 버무려 깐풍기처럼 겉이 바삭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소스가 주는 묘한 끌림과 향신료 향이 입안에 확 남아 고량주가 쭉쭉 받았다. 은근 매웠지만 두반장의 맛이 강하게 느껴진 덕분에 그렇게 힘든 맵기는 아니었고 자연스러운 채소의 단맛이 잘 묻어났었다. 닭고기는 굵고 튼실했으며 튀김옷과 착 붙어 쫄깃했다. 단무지와 함께 내준 깍두기는 직접 담근 걸로 단맛 일절 없이 맵지만 시원해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요리에 이어서 군만두와 식사를 주문했고 먼저 나온 군만두는 교자에 가까웠다. 두 입이면 사라질 크기에 완전히 기름에 튀겨진 게 아닌 지져낸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피는 깨져 부서질 만큼 단단하고 바삭했으며 소는 육즙이 많지 않아 안 기름지고 담백했다. 간짜장은 다녀온 분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터라 가장 기대가 컸고 이걸 맛보기 위해 온 감도 없지 않았는데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주문 즉시 장을 볶는 소리부터 합격이었다. 장은 재료가 촘촘히 썰렸고 적당한 수분감 덕분에 면 위에 좌르륵 펴지며 매끄럽게 비벼졌다. 한 입 베어 물자 은은히 올라오는 불향과 자극적이지 않은 구수함에 완전히 매료됐다. 마지막으로 볶음밥은 다소 담백한 점이 평범하게 다가왔다. 화상 중국집 볶음밥이면 보통 간이 적당히 있고 라드의 고소함이 느껴지기 마련이기에 그 점에서 더 그렇다고 느껴졌다. 함께 내준 국물은 계란국이었는데 볶음밥 먹을 땐 딱히 필요하지 않다가 다 먹고 나선 안주로 삼게 됐다. 아무튼 간짜장은 놀라웠고 다른 것들도 가성비가 워낙 좋아 만족스러웠다.
중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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