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직장인들의 점심을 책임지는 제육쌈밥 성지> 청진식당, 뚝배기집과 함께 종로 직장인들의 점심을 책임지는 쌈밥 전문점. 이 동네 밥/술집들이 대개 그렇듯 주말에는 문을 닫아 그만큼 평일 점심에 얼마나 바쁜지 짐작하게 한다. 제9회 제육대회 장소로 선정되어 한 달 만에 멤버들과 모이게 됐고 저녁이었음에도 생각보다 자리가 많이 차 있었다. 그런데 퇴근 시간이라 한잔 걸치시는 어르신들이 대다수였다. 메뉴는 고기류와 쌈밥이 전부인데 쌈밥을 시키면 제육볶음이 함께 차려져 제육쌈밥이라 보면 된다. 고기류론 삼겹, 항정, 가브리가 준비돼 있으며 쌈밥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편 쌈밥 3인분을 주문하니 이모님들의 빠른 손놀림으로 금세 찬이 다 차려졌다. 계란찜, 부추무침, 콩나물무침, 어묵볶음 등으로 사실 가짓수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맛은 다 평범했다. 그래도 명색이 쌈밥이라 그런지 쌈만큼은 푸짐하게 잘 나와 틈틈이 싸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밥도 포함돼 나오는데 스테인리스 그릇에다 바로 퍼 담아주셔서 괜히 더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된장찌개까지 등장하면 제육볶음을 뺀 상차림은 끝난다. 된장찌개는 색부터 무척 탁하고 집된장 냄새를 확 풍겼는데 배추를 넣어 적당히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좋았다. 제육볶음은 포일을 깐 돌판에 지글지글 끓는 상태로 놓였고 고기 말고 다른 재료는 편마늘밖에 안 보였다. 되게 단순한 비주얼이었으며 고기의 경우 두껍지 않아 양념이 착 배었었다. 양념은 많이 달진 않았는데 매운맛의 여운이 길어 밥과 쌈을 당기게 했다. 고깃기름이 양념과 뒤섞여 고기는 빨갛게 번들거렸고 그게 밥도둑의 본체를 이뤄 간만에 술은 안 했다.
수정식당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20길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