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맑고 시원한 해장국> 해장국 끓여주실 장모님은 없지만 장모님해장국이 곁에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느낀다. 행정구역상 종로구에 속하지만 구기터널 바로 옆이라 은평구와도 무척 가까운데 이제야 찾았다. 사실 그동안 방문을 주저한 이유는 국밥은 누구보다 좋아함에도 선지가 주가 되는 해장국만큼은 늘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거지라면 사족을 못 쓰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숙취는 없던 토요일 점심, 등산을 마치고 내려온 부지런한 손님들로 실내는 거의 만석이었다. 다행히 백숙집처럼 야장 공간을 넓게 만들어둔 덕에 그 구석에 비어있던 자리를 잡았다. 야장엔 다들 낮술 한 잔씩 걸치고 계셨는데 개인적으로 해장국엔 술을 잘 안 하는 편이라 해장국 한 그릇만 주문했다. 하산객들이 많이 그런지 그들이 좋아할 안주류가 꽤나 다양했다. 주문과 동시에 밑반찬으론 함께 담근듯한 석박지와 열무김치가 나왔다. 둘 다 새콤한데 달진 않았고 고추씨가 제법 붙어있어 은근히 알싸하면서도 적당히 시원하게 잘 익은 상태였다. 국은 특이 아닌 기본으로 시켰는데도 양이 생각보다 넉넉해 충분했다. 푸근하게 떠 있는 대파와 벌집 양 몇 점 아래 결을 그대로 유지한 통우거지가 탱탱한 선지와 한가득 깔려있었다. 우거지는 달큰한 풍미를 지닌 채 너무 푹 익어 흐트러지진 않아 살짝 아삭한 식감이 났으며 덕분에 국물도 그리 달지 않았다. 선지의 경우 기포 없이 매끈하고 탄력 있게 탱글거렸다. 약간은 유치회관과 비슷하면서도 그쪽이 기름지다면 여긴 한결 담백했다. 거기에 대파로 인해 매콤, 시원하고 끝 맛이 깔끔했으며 벌집 양은 야들야들하게 익어서 잡내 없이 산뜻했다. 우거지를 싹 비워내곤 고춧가루와 후추를 살짝 뿌려 이어가니 칼칼함이 은은하게 살아나 또 다른 매력을 보였다. 밥은 말아 먹을 때 쌀알의 달큰함이 더해져 따로 먹는 것보다 나았다. 손님들 평균 연령이 최소 40대는 넘어 보였듯 확실히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맑은 해장국이었다. 유치회관 쪽이 취향이지만 이젠 수원에 갈 일이 없기에 좋은 대체제가 될 거 같다.
장모님 해장국
서울 종로구 진흥로 421 장모님해장국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