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다귀라는 술흡입 안주를 내는 85년 전통의 곰탕집> 종로 보쌈 골목을 나와 가볍게 2차로 들를 만한 곳을 찾지 못해 결국 이끌리듯 들어선 85년 전통의 곰탕집. 사대문 안의 헤리티지를 고스란히 간직한 노포로 예전부터 오고 싶었다. 뭔가 지방에 있을 법한 레트로 모텔 감성의 외관부터 마음에 들었고 평일 저녁이라 최소 회사 과장님은 되어 보이는 어른들로 채워져 있었다. 2층까지 있어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서울 유명 노포가 그렇듯 가성비 좋게 먹을 집은 아니라 알고 있었으나 생각만큼 가격대가 사악하진 않았다. 여길 온 이유는 뼈다귀였기에 20대 남성 둘이 그거 하나를 주문했다. 이 집에서 말하는 뼈다귀는 곰탕, 해장국 국물을 낼 때 쓰는 소의 잡다한 부위들을 한데 모아 푹 쪄낸 거다. 4만 5천 원씩이나 하지만 막상 받아보니 거진 3인분 양은 되겠다 싶었다.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고 함께 나오는 우거짓국 한 그릇은 그야말로 술흡입기였다. 아마 파는 해장국이랑 같은 베이스의 국물인듯한데 소 기름이 담겨 상당히 기름지고 진했다. 잘 익은 수준급 김치와 깍두기, 인당 하나씩 주는 뼈다귀용 특제 소스까지 세팅되면 뼈다귀를 조질 시간이다. 특제 소스는 새콤하고 감칠맛이 세 뼈다귀 누린내를 말끔히 잡아줬다. 뼈다귀에 붙은 살은 야들야들하기보다는 씹는 맛이 느껴질 정도로 탄성이 있었지만 결코 질기지는 않았다. 돼지 등뼈와는 또 다른 러프한 매력과 소 육향, 감칠맛이 함께 느껴졌다. 다만 앞서 언급한 누린내가 꽤나 나다 보니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는데 그만큼 소주가 많이 들어가고 우거짓국과의 궁합도 훌륭했다. 우거짓국의 우거지는 푹 익어 정말 달큰했다. 1시간 반을 먹었는데도 국밥 특특 양이 남아 여길 1차로 와서 마무리할 걸이란 후회가 남았다. 남은 건 친구가 포장해 갔는데 다음날 일어나 숙취에 고통받으면서도 계속 생각났다.
영춘옥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5가길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