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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마시기 좋은 푸짐한 인심의 샤퀴테리아> 샤퀴테리 종주국으로 흔히 프랑스를 떠올리지만 여긴 이태리, 스페인, 오스트리아에서 경력을 쌓은 셰프님이 차린 샤퀴테리아다. 국내에서 손꼽는 1세대 샤퀴테리아 중 한 곳이기도 유럽식 육가공품점을 표방하며 사장님에게 기술을 전수해 준 두 수승의 이름을 따서 ‘세스크멘슬’이란 상호를 지었다고 한다. 판매 중인 육가공품은 대부분 수제품이라 보면 되겠다. 하몽과 프로슈토 등 일부 햄을 제외하면 전부 매장 지하에 마련된 작업실에서 만들어지고 여러 레스토랑에 납품도 하고 있다. 매장 판매보단 주로 납품으로 마진을 남긴다고 들었다. 햄, 소시지 등 육류뿐만 아니라 치즈, 훈제 연어와 같은 여러 식료품까지 두루 판매해 방문 당시 포장 손님들도 꽤 많으셨다. 만약 집 근처라면 안주 사러 주기적으로 들렀을듯하다. 와인 마시기 좋은 분위기에 콜키지 프리라는 아름다운 정책을 펼치고 있어 와인 한 병을 챙겨갔다. 잔은 와인 종류별로 다양하게 구비해놨던데 필요하면 셀프로 가져다 사용하면 된다. 메인 메뉴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고 나머지는 사이드와 추가할 수 있는 것들이다. 가벼운 안주부터 즐기기로 했고 모둠 햄 플래터가 제격일 것 같길래 보끼를 주문했다. 보끼의 구성은 부라타 치즈를 가운데 두고 버터와 살시챠, 초리소, 하몽 등 각종 콜드컷과 샤퀴테리가 함께 담겨 나오는 구성이다. 딱 보면 알겠지만 요리라기보단 그냥 와인 안주다. 바게트도 함께 제공돼 버터를 바른 뒤 햄과 곁들여 먹거나 햄이 짭짤하게 느껴질 때 바게트를 조금씩 뜯어 먹어도 된다. 바게트 자체 맛은 무난하나 바삭하게 구워져 식감이 좋았다. 부라타 치즈는 클렌징 역할을 요긴하게 잘 수행하며 고소함과 신선함은 말해 입 아프다. 햄과의 검증된 조합으로 바게트 위에 올려 샌드위치처럼 먹었더니 상당히 산뜻하고 괜찮았다. 하나씩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으나 분명한 건 살시챠, 초리소, 하몽 모두 완성도가 뛰어났다. 특히 하몽은 스페인에서 먹은 것 못지않게 육향과 풍미가 참 진하여 큰 차이를 못 느꼈다. 이날 서비스를 이것저것 많이 받았는데 첫 번째로 받은 건 시큼한 감자 샐러드다. 올리브유와 식초로 무쳐낸 듯 이색적인 맛이었고 너무 무르지 않은 감자의 식감이 마음에 들었다. 보끼 다음으로 주문한 안주는 독일/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인 슈니첼로 기본 슈니첼에 수제 햄과 그뤼에르 치즈가 추가로 들어간 걸 도전해 봤다. 돈까스 대신 치즈 돈까스를 시킨 셈이다. 슈니첼엔 대개 송아지가 쓰이는 반면 돼지고기를 사용했으며 맛은 예상했듯 무거웠다. 다만 신선하고 좋은 재료가 쓰였고 원래 무게감이 있는 것이다 보니 고급스러움이 묻어있었다. 슈니첼은 원래 소스 대신 딸기잼을 찍어 먹는 게 특징이라 접시에 곁들여 나온 딸기잼에도 콕 찍어서 맛을 봤다. 궁합이 엄청나게 좋다기보단 상큼함과 달달함이 더해지니 별미였다. 슈니첼엔 감자튀김도 함께 제공되는데 신선하고 맛있는 드레싱의 샐러드가 있어 비교적 손이 덜 갔다. 이맘때쯤 두 번째 서비스로 하몽을 내주셨으며 역시 안주로 더할 나위 없었다. 얼마 안 있다가 또 직원분께서 가져다주신 세 번째 서비스는 고급진 스팸 같은 구운 햄이었다. 두 가지 맛이 담겨있었고 짭조름한 간에 스팸과는 달리 씹었을 때 탄력감이 느껴졌다. 안주를 끝없이 집어넣었던지라 막판에 와인이 한잔 정도 모자라 하우스 레드 와인을 한 잔 시켜 마셨다. 풀바디하고 드라이한 보르도 블렌딩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가격 대비 괜찮았다.

세스크 멘슬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14길 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