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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한식 파인 다이닝이 선사하는 재미와 향연> 모던 한식을 추구하는 마포구에 유일한 미쉐린 1스타다. 더구나 파인 다이닝과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홍대에서 오픈한 지 3년 만에 1스타를 획득하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평일 런치 예약을 성공해 방문했고 식사는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여러 팀이 다찌 좌석에 둘러앉으면 코스가 동시에 시작되며 음식이 나올 때마다 서버께서 간단한 설명을 해주셨다. 코스는 갈치구이를 얹은 된장죽 계란찜으로 차분하게 시작됐다. 계란찜 아래 삼광미로 만든 된장죽이 깔려있는데 된장죽은 구수하면서 담백해 시골된장을 연상케하는 맛이었다. ​ 간이 세진 않지만 된장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거 같지만 계란찜과 잘 섞어주니 그 향이 좀 희석되었다. 갈치구이는 작은 토막이어서 바삭하게 구운 껍질만 기억에 남는다. 뒤이어 준비된 요리는 레몬 셔벗과 타바스코를 곁들인 굴로 굴은 통영산이라는데 크기가 상당했다. 상큼한 셔벗으로 먼저 입가심을 하고 굴을 먹으니 미세한 비린내도 안 느껴졌다. ​ 저온으로 익힌 굴이라 그런지 약간 흐물흐물하고 크리미한 식감이었고 타바스코는 생굴에 곁들일 때보다 존재감이 없었다. 굴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 건드린 요리였다. 세 번째로는 타르트 두 종류가 나왔다. 하나는 염소치즈 위에 샤인머스캣 슬라이스와 드라이 에이징한 장어를 올린 타르트고 다른 하나는 홍합, 오징어, 오렌지를 올린 타르트였다. ​ 드라이 에이징한 장어는 보통 장어에서 느낄 수 없는 쫀득쫀득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서버분이 장어를 겨냥하여 한 번은 타르트 재료들을 따로 먹어보기를 권하신 이유가 있었다. ​ 염소치즈는 산미가 강하거나 시큼한 맛은 크게 없었고 얇은 타르트 반죽을 뭔가 잘 감싸줬다. 홍합, 오징어, 오렌지 타르트는 깔끔했는데 재료들이 확 어우러지는 시너지는 없었다. 네 번째 요리 역시 한 입 거리에 불과하지만 완성도가 대단히 높게 느껴졌던 감자전이다. 크루아상처럼 결이 날렵하게 살아있는 감자전에 고추장에 절인 새우장과 캐비아를 올렸다. ​ 감자를 돌돌 말아 바삭하게 부친 감자전은 한입 먹었을 때 결대로 부서져 내렸다. 감자전 자체가 맛이 담백하다 보니 단짠한 새우장을 잘 받쳐주고 치즈 맛 캐비아와도 잘 맞았다. 다섯 번째 요리는 궁중음식인 각색어채를 재해석하여 변형했다 하는데 여기서 어채란 숙회를 뜻한다. 가리비 관자, 아스파라거스 등 각종 어채를 유자 소스에 찍어서 먹으면 된다. ​ 유자 소스엔 고소함이 가득 담긴 들깨가 첨가되어 있어 간이 다소 삼삼한 어채들을 보완해 줬다. 다만 궁중음식답게 재료에 주안점을 두고 맛을 음미하며 먹게 돼 좀 단조로웠다. 여섯 번째 요리는 들기름 국수로 터키산과 프랑스산 유기농 밀에 사천 백강 통밀을 블렌딩한 반죽을 가지고 면을 만들었다 한다. 고소하면서 산뜻한 들기름 풍미가 강한 국수였다. ​ 많은 공을 들인 면인 만큼 질감이 놀라울 정도로 쫀쫀하면서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비주얼은 그냥 들기름에 버무린 평범한 국수지만 특색 있는 밀 내음에 집중하게 되었다. 일곱 번째 요리는 치피론이라는 스페인산 작은 오징어, 즉 꼴뚜기를 활용했다. 이를 주로 튀겨 타파스로 먹는 스페인과 달리 가리비 관자로 속을 채워 순대의 느낌을 냈다고 한다. ​ 꼴뚜기는 식감이 물러 구워 먹으면 오징어만 한 매력이 없다고 보는데 속에 채운 가리비 관자 덕에 물컹하면서 탱글한 식감이 돋보였다. 가니쉬로는 우엉조림, 흑마늘이 있었다. 여덟 번째 요리는 도가니 만둣국이며 만두피는 포 뜬 갑오징어로 구현했다. 이날 날씨가 추워 국물로 몸을 녹이는 데 집중한 탓에 속에 무였나 정확히 뭐가 들었나 기억이 안 난다. ​ 마침 코스가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국물이 당겼었는데 감칠맛 가득한 육수가 시의적절하게 나왔던 듯하다. 깊고 시원한 육수는 익숙한 맛에 개성 있는 만두가 특별함을 더해줬다. 마무리 식사로는 멸치와 단호박을 넣고 지은 솥밥에 전복국 그리고 드라이 에이징 오리고기 스테이크가 차려졌다. 스테이크 가니쉬는 전복장, 오이김치, 버섯장아찌 3종이 있었다. ​ 솥밥에서 멸치와 단호박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윤기가 흐르는 촉촉한 밥알만으로 훌륭했다. 전복국은 조미료 없이 전복을 장시간 동안 우려내 속이 다 풀릴 만큼 시원했다. ​ 스테이크는 오리 껍질을 바삭하게 구워냈으며 살코기엔 육즙을 잘 가둬냈었다. 드라이 에이징으로 확 끌어 오른 오리 풍미와 탄력이 있는 살코기의 식감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디저트는 마, 마카다미아를 믹서기에 갈아 만든 아이스크림과 고구마 말랭이, 소라과자, 머랭 등 한 입 거리들이 나왔다. 아이스크림은 시원했고 합 입 거리들은 끈적하게 달았다. 코스 안내 팸플릿이 없어 설명을 놓치지 말아야 요리를 구성하는 재료를 파악할 수 있는 점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창의적이고 독특한 한식의 향연 덕에 흥미로웠던 다이닝이었다. *2022년 12월 방문

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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