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령 바텐더께서 말아주는 칵테일로 알려진 바> 한국 금융의 허브 여의도, 상권도 자연스레 금융인들의 소비 수준에 맞춰져 높다 보니 20대가 즐기기 좋은 곳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꼭 가보고 싶은 바가 여기에 있었다. 국내 최고령 바텐더 할아버지께서 말아주는 칵테일로 알려진 바다. 63빌딩이 완공되고 1년이 지난 1986년에 개업하여 고도성장기 여의도의 산전수전을 지켜봤다고 할 수 있다. 증권사 부장님들의 아지트일 거라 지레짐작했지만 최근 몇 년간 인스타 바이럴을 타며 당시 손님 절반 이상이 MZ세대였다. 심지어 휴가 나온 05년생 일병 3호봉까지 있어 라테는 그래도 틈틈이 중년 단골분들이 계시고 주인장처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영업 종료가 9시라 7시 반쯤 남은 한자리를 겨우 차지했는데 규모가 정말이지 원룸보다 좁아 합석을 했다. 전반적으로 남초였던 터라 여성 손님들이 들어오면 거의 헌포처럼 판을 깔아주는 기류가 형성됐다. 특히 중년 손님들이 술 냄새 진하게 풍기며 그 분위기를 열심히 끌어올리셨다. 칵테일은 세 잔까지 오마카세로 제공되며 그 이후부턴 취객이 아니면 취향껏 주문이 가능하다. 또 다른 룰은 각자 알아서 안주를 챙겨와 그걸 나눠 먹는 건데 깜빡하고 못 챙겨왔다. 다들 과자 한 봉지 정도 들고 오시길래 괜히 죄송했는데 사실상 암묵적인 룰이다 보니 눈치는 전혀 안 주셨다. 과자와 땅콩, 멸치를 넉넉히 내주셨으며 늘 그렇듯 손은 많이 안 댔다. 첫 잔은 진토닉, 개인적으로 이런 올드스쿨 바에 가면 가장 안전하게 가는 선택지 중 하나다. 맛은 딱 기대한 대로였고 과하지 않은 쌉싸름함 위로 단 시트러스가 또렷하게 올라왔다. 두 번째 잔은 블랙 러시안, 평소 즐겨 마시진 않지만 이 역시 올드스쿨 중 하나다. 커피 리큐어의 단맛이 중심을 잡고 알코올 질감이 밀키하게 퍼져 달콤하지만 묵직한 타입이었다. 세 번째 잔은 갓 파더, 조니워커 레드라벨을 베이스로 한 구성이다. 확실히 위스키가 들어가니 스모키함이 좋았고 그와 함께 메실과 체리를 연상시키는 시큼한 단향이 은근히 남았다. 마지막 잔은 시바스 리갈, 마감을 앞둬 선택권 없이 또 오마카세였다. 스트레이트에서 느껴지는 도수감이 가장 분명했고 블렌디드 위스키 특유의 깔끔함과 정돈됨으로 마무리됐다. PS. 다섯 잔 마시고 필름 끊긴 그에게 이 글을 바치며
다희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방로69길 7 충무빌딩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