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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을 먹지 못했다는 핑계가 이끈 운명의 포차> 1차에서 꼬막 이야기가 나왔고 이날이 아니면 철을 넘겨 흐지부지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리스트를 뒤지다 운명 같은 이곳 상호에 꽂혀셔 꼬막을 못 먹었다는 핑계로 향하게 되었다. 불광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본인 입장에선 경찰병원역에서 오금역 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길이 다소 낯설었다. 하지만 2차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 그렇듯 가볍고 설렜다. 영업시간조차 등록돼 있지 않은 걸로 보아 동네 장사 위주의 포차 같다. 사장님께서 홀로 운영 중이셨고 테이블은 네댓 개뿐이었지만 간격이 나름 유지돼 좁거나 답답하지는 않았다. 주문은 분위기와 안 어울리게 태블릿으로 받으며 2차인 관계로 꼬막데침보다는 자극적인 꼬막무침을 주문했다. 먼저 찬으로 미역국과 양념장을 얹은 연두부 그리고 김치가 준비됐다. 예상했듯 꼬막무침은 긴 기다림을 요했고 달큰한 미역국에 소주 한 병을 거의 다 비워갈 때 드디어 나왔다. 큰 접시에 정말 푸짐하게 담겨있어 양이 이렇게 많으리라곤 생각 못 했다. 전체적으로 골뱅이무침을 닮은 비주얼이었고 양념도 상큼하고 시원한 스타일로 양파와 함께 달래가 들어있었다. 꼬막은 먹어도 먹어도 계속 집혔고 통통하고 미네랄감도 훌륭했다. 달래는 특유의 알싸한 향이 꼬막 특유의 바다 내음을 감싸며 균형을 이루곤 개운함을 더했다. 신기하게 김을 통에 담아 함께 내주시던데 한 장 싸 먹으니 감칠맛이 한층 또렷해졌다. 안주를 더 시키지 않아도 될 만큼 질릴 때까지 꼬막을 집어먹은듯하고 골뱅이무침과 마찬가지로 접시 바닥에 양념이 흥건하게 남았다. 여기에 소면 추가는 선택 아닌 필수라 시켰다. 단돈 2천 원에 그것도 인심 좋게 두 덩이를 내줬고 다 비비고 나니 면발이 양념을 말끔히 빨아들였다. 비빔국수보다는 더 알싸하고 맵싹해 식욕을 확 끌어올려 판을 새롭게 깔아줬다.

핑계있는날

서울 송파구 오금로36길 29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