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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모험과 은밀한 결을 제공하는 몰트 바> 산복도로 한 편에 자리한 나름 오래 킵해두었던 몰트 바다. 몰트 바라 해도 칵테일 몇 잔만 있었다면 더 빨리 왔겠다 싶은데 주변에서 워낙 추천을 많이 받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바에 가면 칵테일 비중을 높게 잡고 보통 칵테일로 스타트를 끊곤 하지만 그 선택지가 없단 점이 꽤 모험이었다. 스피크이지 바라 들어가는 과정도 모험심을 북돋웠다. 도보 접근이 쉽지 않다지만 막상 와보니 길이 오르막일 뿐 역과의 거리가 크게 부담스럽진 않았다. 바로 앞이 버스정거장이기도 한데 만약 막차가 끊겨서 나오면 애매하긴 하겠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기 전 우측의 공간은 사장님께서 창고로 쓰시는 그런 공간이라 보면 되고 안쪽에 화장실이 있다. 대형 조니워커 모형과 함께 다양한 소품들이 공간을 꽉 채웠다. 그리고 완전히 지하로 내려가면 기역자 카운터를 중심으로 한 아늑한 모티의 공간이 펼쳐진다. 예약제로 운영되어 자리를 미리 세팅해 두시던데 그 덕에 은근한 환대가 느껴졌다. 금요일 저녁 8시, 첫 손님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후로도 생각만큼 붐비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 단골로 보이는 두 팀이 들어왔지만 공간은 끝내 예약제만의 은밀한 결을 유지했다. 사장님과도 틈틈이 대화를 나눴다. 연세가 있으셨지만 부산이 아닌 서울 출신이셔서 내적 친밀감이 형성됐고 원래 이쪽 업계에 계신 건 아니고 과거 IBM에서 근무하셨다고 했다. 가게 앞에 세워진 오토바이의 주인으로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셨고 지금도 부산에 정착한 상태는 아니셔서 왠지 동경스러운 부분이었다. 많은 이들이 꿈꿔 보는 삶이기 때문이다. 메뉴판이 따로 없어 기분, 취향 등을 말씀드린 뒤 전적으로 사장님께 맡겼고 레인지도 따로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합리적으로 맞춰주셨다. 그렇게 금액은 세 잔에 5.2만 원 나왔다. 싱글몰트에서 시작해 코냑을 거쳐 피트 위스키로 마무리되는 순서였다. 사장님 나름의 흐름이 있으셨고 본인으로서도 선호하는 대로 도수를 올려가며 이끄쎠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첫 잔은 글렌피딕 15년 솔레라 리저브, 달콤한 꿀과 바닐라 향 위로 은은한 건과일과 스파이스가 따라붙었다. 버번 캐스크의 은은한 뉘앙스가 스치듯 느껴져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다음 잔은 샤바스 XO로 코냑 시음 경험이 많지 않지만 확실히 첫 향부터 올빈스러운 게이미함이 다가왔다. 입에 닿으니 스파이스가 은은히 퍼지고 드라이한 끝에 여운이 남았다. 코냑 한 잔을 즐기고 있던 무렵 사장님이 키우는 유난히 순한 고양이가 곁으로 태연하게 다가왔다. 카운터 위로는 절대 올라오지 않던데 손님 무릎에는 아무렇지 않게 올라앉는다. 이 친구의 그 태연함은 내 무릎 위에 앉았을 때 오히려 코냑의 맛을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줬다. 고양이 집사로 데뷔한 기분으로서 코냑과 고양이가 참 잘 어울리는구나 새삼 느꼈다. 마지막 잔은 피트로 가져가고 싶어 흔치 않다는 독립 병입으로 즐겼다. 코를 찌르는 피트보단 훈제연어 같은 스모키함에 목 넘김이 뜨겁게 올라오다가 바닐라 향으로 잦아들었다.

모티

부산 동구 망양로 669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