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피스트부터 사워 에일까지 갖춘 벨지안 펍> 강북러로서 막차의 압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일단 신림동을 빠져나와 홍대에서 끝을 보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밤에 가는 홍대는 맨정신이 아니라 그런지 집처럼 편하다. 바를 가자니 비용 부담도 있고 해서 당시를 기준으로 안 간 지 더 오래된 펍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사실 바는 홍대보다는 상수동이나 연남동 쪽이 코드에 맞는데 마침 맥주가 당겼다. 지금까지 적잖은 펍을 다녔지만 국내에서 벨지안 펍은 아직 가보지 못해 나름의 퀘스트를 안고 있었다. 벨기에 맥주 씬 자체가 워낙 다양하고 깊은 만큼 여기서 그 갈증을 풀고자 했다. 주택을 개조해 카페와 바 그리고 펍의 결을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로 아늑하면서도 과하게 가라앉지는 않았다. 카운터와 테이블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공간의 리듬이 나뉘었다. 흔하지 않은 생맥주 리스트에 병맥주들과 그에 맞는 잔들을 보아 트라피스트 계열과 에일의 존재감도 확실히 느껴졌다. 생각보다 가격대도 괜찮은 편이었으며 위스키도 갖춰져 있었다. 첫 잔은 바빅 슈퍼 필스로 갔다. 적당한 홉의 쌉싸름함 뒤에 청량감이 따라붙지만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워 부담 없이 마시기 좋았고 거품은 체코식 필스너에 비해 다소 옅은 편이었다. 다음 잔은 일행이 나눠 준 페트러스 에이지드 레드. 체리 계열의 산뜻한 산미가 중심을 잡는 사워 에일로 시큼한 발효 뉘앙스가 분명했고 질감은 홍차처럼 가볍지만 풍미는 또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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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바길 20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