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보신과 힐링이 되는 설악산 인근 한적하고 평화로운 능이 백숙 전문점> 속초 여행 2일차엔 잠시 속초를 벗어나 설악산, 한계령 인근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자연을 감상하려는 목적보단 몸보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찾은 민박, 백숙집이다. 식당 입구로 올라오는 길엔 토종닭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었는데 도시에선 볼 수 없는 한가로운 장면이라 힐링이 됐다. 동시에 저 닭들이 백숙에 쓰인단 게 좀 슬펐다. 식당 내부에는 직접 캐고 담근듯한 진귀한 약초들과 담금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고 따로 판매도 하고 있었다. 담금주에 관심이 가 잔술로도 파나 여쭤보니 병만 파신단다. 방문 2시간 전 미리 능이 백숙을 예약해둔 덕분에 밑반찬은 다 차려져 있었고 역시 기대했듯 가짓수, 구성 모두 훌륭했다. 맛과 향이 일품인 나물 반찬들의 향연이었다. 전부 신선한 건 물론이거니와 도토리묵 한입 먹고 깨달았듯 들기름 같은 재료를 아까지 않는단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무침, 장아찌, 총각김치 등 양념도 정말 잘 하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망의 능이 백숙이 나왔고 직원분께서 약재는 다 건져주셨다. 국물에 닭기름이 둥둥 떠 있으며 푸른빛 색이 도는 게 마치 보약 탕 같은 비주얼이었다. 도저히 국물 먼저 안 먹을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한입 맛봤고 닭기름의 시원함이 녹아있는 깊은 약재 맛이 느껴졌다. 굉장히 진했고 단순 진국이라기엔 그냥 보약이었다. 닭에 앞서 먹으면 된대서 맛본 능이버섯은 미간을 찌푸릴 만큼 쌉싸름함이 강력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부드러운 나뭇가지를 씹는듯한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맛이었다. 본격적으로 토종닭을 먹기 위해 집게로 뼈에서 살을 뜯어봤는데 육질에 쫄깃함, 탱탱함이 살아있었다. 껍질을 제거하지 않아 더 그러했고 살은 분홍빛을 띠며 부드러웠다. 토종닭이라 확실히 살이 별로 없다 여겨지는 목이나 등뼈 같은 부위에서도 살이 정말 많이 발라졌다. 다리는 관심이 가지 않아 나중에 봤더니 크기가 실로 어마어마했다. 백숙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닭죽은 식사 도중에 내주는데 백숙 국물에 조금씩 담가 먹으란 큰 뜻이 다 있다. 백숙 육수에 흑미밥과 녹두를 넣고 걸쭉하게 끓여 무척 고소했다. 그냥 먹기엔 찹쌀밥에 가깝고 찐득하면서 찰기가 있는 죽이라 국물에 담그니 부드러워지고 술술 떠먹기 좋았다. 너무 풀어먹기보다 살짝 적실 만큼만 담그는 걸 권한다. 소위 퍽퍽살로 불리는 가슴살은 영계에 비해 훨씬 질기기에 잘게 찢은 뒤 죽에 넣어 먹었고 그 결과 그 어떤 닭죽보다 맛있었다. 오랜만에 건강한 맛을 명분으로 과식했다.
각두골
강원 양양군 서면 설악로 11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