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텐션을 잃지 않는 수육을 품은 수백”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제20대 대선 당일이었고 쉬는 날을 맞아 나른하게 국밥을 먹으러 왔었는데 어느새 그로부터 4년이란 시간이 흘러 권력은 또 교체돼 있다. 그 사이 바뀐 게 그뿐만은 아니지만 사실 이곳 서경집의 내부 모습은 오랜만에 다시 들어가기 전까진 잘 떠오르지 않았다. 밀면도 함께 팔던 국밥집으로 긴 공백을 건너 마주했다. 감회가 새로웠던 동시에 예전에는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거나 아예 인지하지 못했던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노부부께서 운영하고 계셨고 아담하고도 조용한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지난번에 밀면을 기약하고 떠났고 공교롭게도 여름이 이미 무르익어가는 시기지만 수육 백반을 주문했다. 가격은 2천 원 정도 더 오른 거 같고 계산할 때 보니 소주는 3천 원이었다. 눈치껏 주방으로 가 주문을 넣어야 하고 회전율이 빠른 편도 아니지만 쟁반에 담겨 나온 수백 한상 차림은 기다림의 미학을 느끼게 했다. 밥은 고봉밥에다 찬 인심도 무척 후했다. 국물 뚝배기에 접시째로 올려둔 수육을 내려 살펴보니 대충 열댓 장은 되고 그 두께나 크기도 꽤나 호방했다. 전체적으로 윤기가 묻어있었고 보기만 해도 탄력감이 와닿는 상태였다. 새우젓을 조금 얹고 와사비를 푼 간장에 찍어 입안에 넣어봤다. 예상대로 기름기가 잘 살아있었고 굉장히 찰지게 혀에 감겨드는 맛이 뒤따르는 소주 한 잔을 부드럽게 받아줬다. 국물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사골틱함이 강해 술기운이 오른 상태에서 속을 잘 끌어안아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이미 들어간 양념장은 고소함에 적당한 자극을 더하여 속을 풀어줬다. 부추무침까지 넣어도 간이 지나치게 세지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막판에 모자라 밥을 말 공간이 부족했을 뿐이며 수육은 끝까지 텐션을 잃지 않은 훌륭한 안주였다. PS. 은은하게 달달하고 살짝 익은 깍두기가 일품. 아삭한 듯 무른 식감이 킥
서경집
부산 금정구 중앙대로1929번길 2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