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라는 흔한 장르여도 드러나는 노포의 저력” 커피로 정신을 가다듬고 구글맵을 열어 저장해 둔 식당들을 하나씩 훑으며 점심 한 끼를 고민했다. 혼밥할만한 곳이 많지 않기도 했고 돈까스를 안 먹은 지 꽤 돼서 금방 결정을 내렸다. 경양식 왕돈까스였다면 썩 내키지 않았을 테지만 커틀릿 같은 옛 일식 돈까스를 내는듯해 방문한 돈까스 전문점이다. 1981년부터 이어져 온 업력은 어딘가 모를 신뢰감을 더해줬다. 그런데 노포치고는 나름 청결하고 분위기가 세련돼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구반포에서 이전을 했었다고 한다. 공간은 널찍한 편이며 구석 한편에는 삼립 식빵이 벽돌처럼 쌓여있었다. 혼밥객을 위한 벽면 대리석 바 좌석에 자리를 잡은 뒤 놓인 메뉴판을 차근차근 훑어보았다. 애초에 가격의 허들이 낮은 돈까스지만 대체로 이 동네 물가치고는 가격대가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해산물 까스를 더 선호하고 등심, 갑오징어, 새우, 생선으로 구성된 모둠 정식이 눈에 들어와 그대로 주문했다. 정식이기 때문에 밥과 장국 그리고 깍두기도 담겨 나온다. 밥이나 장국은 딱히 흠잡을 데 없었고 전반적인 결이 일식보단 한식에 더 가까웠다. 특히 고슬고슬하게 지어진 밥이 인상적이었고 깍두기도 단단하면서 익은 정도가 절묘해 좋았다. 까스는 들어오며 보았듯 딱히 좋은 식빵을 쓰지 않는데 튀김옷이 무척 깔끔했다. 경쾌할 정도로 바삭하되 너무 거칠지는 않으면서도 쉽게 분리되지 않는 점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모둠이라 양이 확실히 많았지만 느끼함이 쌓여 더는 들어가지 않을 만큼 물리진 않았던 걸 보면 말이다. 상큼하고 산뜻한 드레싱을 곁들인 가늘게 채 썬 신선한 양배추의 역할도 컸다. 개별적으로 보면 먼저 등심은 고기가 살짝 분쇄육 같은 질감이 느껴지긴 했다. 다만 입자감이 푸석하지 않고 튀김옷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씹히는 감이 좋았고 겨자와 잘 맞았다. 갑오징어는 단연 1등이었는데 곤약처첨 매끈하고 부드러운 갑오징어를 튀김옷이 단단히 감싸안아줘 신기할 따름이었다. 또한 갑오징어 단맛과 고소한 빵가루 풍미가 참 조화로웠다. 생선까스도 일품이었다. 일식 고로케처럼 촉촉하게 부서지는 게 입천장 다 까지고 속은 허전한 생선까스와는 확실히 구분됐고 타르타르 소스를 곁들였을 때 피쉬앤칩스 못지않았다. 새우튀김은 딱 아는 그 맛인데 새우가 탱글탱글, 쫄깃쫄깃하니 퀄리티가 괜찮았다. 흔해 빠진 돈까스라는 장르일지라도 노포는 괜히 노포가 아니다 싶은 생각을 안겨준 점심이었다.
돈키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18길 10 연안회관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