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는 가격으로 만나는 화상 카오야” 카오야를 처음 접한 지 2년. 그로부터 1년 뒤 북경에서 괘노, 민노 방식의 카오야를 맛보고는 왜 중국 본토 카오야를 언급하며 한국에서 먹는 카오야의 한계를 언급하는지 실감했다. 물론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국내 5성급 호텔 중식당들 카오야는 또 다른 영역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대중적인 가격대에서 한국과 중국의 카오야 수준은 차이가 상당하다고 느낀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촌의 화상 카오야 전문점이다. 인근에 마땅한 경쟁 업체가 거의 없는 데다 대학가라는 입지와 부담 없는 가격까지 갖춰 단기간에 입소문을 탄 분위기다. 방문 당시 카오야 한 마리 가격은 6만 9천 원으로 4인 정도가 먹을 수 있는 양이니 인당 2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셈이었다. 여기에 한 마리 기준 사이드 두 개가 포함되며 콜키지도 프리 카오야는 카빙에 앞서 온전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카빙을 마치고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을 보면 실제로 내온 건 다른 개체 같았다. 계속 카빙 중이던 오리를 내오는 시스템으로 보였다. 먼저 카오야 곁들임과 블루베리잼을 바른 식빵에 카오야 껍질을 얹은 애피타이저가 나왔다. 사실상 껍질이 맛을 이끌며 파삭한 식감과 고소하고 기름진 풍미를 꽤 선명하게 전했다. 카오야는 총 두 판에 나뉘어 제공되고 기름진 만큼 양이 결코 적지 않았다. 구성은 순수 껍질, 가슴살, 다리 살로 비교적 단순한 편이며 살코기가 너무 두껍게 카빙되어 있진 않았다. 우선 껍질만큼은 북경에서 처음 맛본 괘노 카오야의 감흥을 80% 정도는 재현했다고 느껴질 만큼 만족스러웠다. 파삭 부서지는 식감이랑 입안을 감도는 기름진 풍미가 인상적이었다. 반면 가슴살은 살코기에 미세한 퍽퍽함이 남아있어 아쉬웠다. 껍질과 함께 먹어도 두 요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않았고 야빙에 싸 먹어도 그 질감을 끝내 완전히 감추지 못했다. 이어서 사이드는 카빙 후 남은 부위로 만드는 탕과 튀김 이렇게 두 가지가 있어 각각 하나씩 요청했다. 먼저 오리 튀김은 보기에는 꽤 자극적일 것 같지만 의외로 간은 과하지 않았다. 쯔란보다는 시치미를 듬뿍 뿌린듯한 인상이었고 튀김옷을 안 입힌 점은 좋았다만 살점이 너무 없었다. 북경에서의 오리 튀김이 치킨처럼 살이 넉넉했던 걸 떠올리면 더욱 빈약했다. 탕은 오리 기름이 진하게 우러난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매우 고소하면서도 담백했다. 깔끔하게 떠먹기에는 좋은 국물이었고 개인적으로는 후추를 조금 뿌려 먹는 편이 훨씬 더 나았다. 식사로 시킨 마파두부는 단맛을 거의 배제한 채 묵직한 바디감에서는 정통에 가까웠다. 그런에 화자오의 얼얼한 매운맛이 옅었고 산초 알갱이가 씹혀 퍼지는 특유의 자극도 없었다. 이와 곁들인 소고기 볶음밥은 반대로 간이 좀 달달한 편이었다. 마파두부를 비벼 먹으니 단짠의 균형을 이뤘는데 전체적인 조합이 일본에서 흔히 접하는 중화요리를 떠올리게 했다. 마무리는 디저트로 내준 오렌지. 가격대를 고려하면 깐깐하게 평가하기 어렵지만 의외로 카오야 자체의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연남동 고덕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PS. 그래서 괘노였을까 민노였을까
경희 북경오리
서울 서대문구 명물길 41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