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함 속 밀도 있는 커피 경험을 제공하는 로스터리 쇼룸” 스페인어와 마찬가지로 라틴어에 뿌리를 둔 이탈리아어. 간판에 il secondo가 무슨 뜻일까 잠시 고민에 잠겼는데 이내 el segundo와 같은 ‘둘째’를 뜻하는 서수임을 깨달았다. 불광천길이 시작되는 응암역 인근, 연식이 느껴지는 아파트 상가에 자리한 로스터리 카페. 김포에서 직접 로스팅해 온 원두로 커피를 내려 이름처럼 하나의 쇼룸에 가까운 공간이다. 공간은 구멍가게에 비견될 만큼 협소해 최대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 하나가 전부다. 그럼에도 답답함보다는 아늑하다고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참 밀도 있게 감각적이었다. 바 테이블 너머로는 부부로 보이는 두 사장님이 나란히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 베이스, 논 카페인 음료까지 메뉴 선택지는 제법 많은 편 후문 옆 선반에 붙어있는 원두 표를 참고해 온두라스 몬테시요스 지역 워시드를 주문했다. 드립은 비커에 추출되는데 본 추출에 앞서 참기름처럼 농밀한 질감의 에센스를 내어줬다. 추출을 마친 결과물은 비커째 넉넉히 담겨 나와 잔을 한 번 더 채울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앞서 맛본 농축액과는 달리 한결 마일드한 인상이었고 워시드 특유의 깨끗함이 이어졌다. 시간에 쫓겨 마셔 오래 음미하지는 못했지만 차분한 단맛과 은은한 시트러스 산미, 깨끗한 질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한 잔이었다. 중미 원두에서 느끼는 매력이 점점 더 깊어진다. PS. 단돈 3.5천 원이라니 감사할 따름!
일 세컨도 치 쇼룸
서울 은평구 은평로 82 해태드림타운 1층 10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