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함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나폴리 피자” 현시점 한국, 정확히는 서울에서 나폴리 피자는 가장 뜨거운 피자 장르 중 하나다. 수많은 핏제리아가 서울의 미식씬을 달궈왔고 저마다의 해석으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단연 합정·상수 일대가 아닐까 싶다. 개성 있는 강자들이 밀집한 이 상권에서 3년 전 문을 연 데빌스 바지니코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구축한 핏제리아다. 엑스트라 버진을 넉넉히 써 촉촉함을 극대화한 강한 개성의 나폴리 피자를 선보이는 곳으로 이미 유명하다. 합정 주택가 언덕, 작은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건물에 자리한다. 노출 콘크리트와 거친 미장 벽 등 군더더기 없는 공간은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형성한다. 사실상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테이블 수에 맞게 예약을 채워 받지는 않는듯했다. 방문 당시 화요일은 피자만 주문 가능했다. 어차피 1인 1피자를 상정하고 가서 여덟 가지 피자 중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마르게리타와 노란 방울토마토를 사용하는 잘로를 주문했다. 사장님이 불친절하다는 후기가 있고 예약 안내문만 봐도 여러 사항을 명확히 전달하려는 성향이 느껴졌다. 막상 접해보니 무뚝뚝하게 비칠 수는 있어도 쿨한 분에 가깝다 느꼈다. 사장님 혼자 반죽과 화덕을 담당하셔서 마르게리타가 먼저, 잘로는 적당한 간격을 두고 나왔다. 볼륨 있는 고르니초네를 포함해 전체적인 피자 포션도 커 꽤 큰 포만감을 안겨줬다. 마르게리타는 토마토소스의 수분과 화덕에 굽기 전 듬뿍 둘러낸 엑스트라 버진이 어우러져 가운데가 거의 흘러내릴 정도로 촉촉한 질감이었다. 그래서 반으로 접어먹기를 권하셨다. 말아 후루룩 빨아들이는 느낌이었고 재료 자체가 워낙 신선해 기분 좋게 다가왔다. 화덕 불의 풍미를 머금은 토마토소스는 입안을 산뜻하게 적셨고 말캉한 모차렐라가 뒤를 받쳤다. 잘로는 일단 마르게리타와 동일하게 가벼울 정도로 쫀득한 고르니초네가 인상적이었다. 다테리노라는 노란 방울토마토소스를 써 개인적으로는 마르게리타보다 더 기억에 남았다. 소스는 시트러스한 뉘앙스와 꿀 같은 달콤한 풍미를 보였고 노란 색감의 인상도 분위기를 한층 살렸다. 후추가 아주 넉넉하게 뿌려져 있는데 입안을 개운하게 씻어주는 역할을 했다. 정중앙에는 작은 부라타 치즈가 올라가며 마지막 한 조각에 얹어 즐기도록 사장님이 세팅해 주셨다. 부라타의 크리미한 풍미가 더해져 마르게리타와는 또 다른 방향의 여운을 남겼다.
데빌스 바지니코
서울 마포구 토정로 28-7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