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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닭집에선 느낄 수 없는 맛과 감성> 불금에 이태원에서 행한 치맥, 그것도 갑작스러운 번개 모임이어서 무척 즐거웠다. 맛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치킨이다 보니 큰 기대 안 했는데 만족스러웠던 치킨집이다. 정말 안 어울리게도 경리단길에 위치해 있으며 을지로, 충무로에서 볼법하게 간판과 실내외 분위기 모두 허름하다. 그도 그럴 것이 경리단길이 뜨기 전부터 존재했다고 노포답게 서비스가 불친절하단 말이 많은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게 거슬리는 건 없었다. 츤드레이신 노부부 두 분께서 하시기에 호불호가 갈리는 거지 오히려 정겨웠다. 메뉴는 치킨 한 마리와 골뱅이, 두 가지뿐으로 그 흔한 반반 치킨도 없다. 양념치킨은 손이 많이 가서 안 하시는듯하고 양념 소스는 500원을 주고 따로 사 먹을 수 있다. 주류 정책은 1인 1잔이 필수라 술을 안 한다면 다소 이해가 안 될 테지만 알코올 중독자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부분이다. 400ml짜리 탄산 보리 주스 한 잔 시켜 마셨다. 밑반찬으론 치킨무와 함께 양배추 샐러드가 제공되는데 양배추 샐러드는 소스가 겨자 베이스라 톡 쏘는 시큼한 맛이 강했다. 양장피 같으면서 느끼함을 잘 잡아줬다. 20분 정도 걸려 치킨이 나왔고 접시에 한가득은 아닌데 나름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배고플 때 1인 1닭 하기엔 많은 양으로 둘이서 2차로 와서 먹기에 딱 적당하다 싶다. 닭을 큼직하게 토막 내기도 했고 튀김옷이 두꺼워 치킨 한 조각 사이즈는 꽤 큰 편이었다. 포크로 한 조각을 찍고 뜯어보니 굉장히 단단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전달됐다. 닭에 염지가 세게 돼 있지 않아 소금에 콕 찍어 먹으면 간이 딱 맞았는데 전체적으로 담백해 금방 물리는 맛이 아니었다. 튀김옷의 바삭함 또한 먹는 내내 계속 유지됐다. 반면 닭은 식을수록 점차 맛과 육질이 옅어지는 게 느껴져 살짝 아쉬웠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유의 치킨은 닭 자체의 맛보다 튀김옷을 중요시하여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닭과 튀김옷이 딱 달라붙은 기름기 충만한 치킨과 대척점에 있지만 가장 큰 매력은 튀김옷이었다. 엄청 바삭하되 치킨 튀김옷 같지 않게 고소하고 또 담백해 맛있었다. 손이 잘 안 가는 퍽퍽살 부위는 촉촉하진 않아도 충분히 먹을만했으며 딱히 덜 익거나 더 익은 부위가 없었다. 떨어지는 튀김옷까지 거의 안 남기고 깔끔히 해치웠다. 시장 통닭과 비교하면 사실 양이 혜자라거나 가성비가 좋다 보긴 어렵다. 다만 분명한 건 프랜차이즈 닭집에선 절대 느낄 수 없는 맛과 감성이 담겨있으니 드셔보시라

엉터리 통닭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38-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