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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직전까지 마시고 기어 나오는 손맛 좋은 주점> 일단 반찬부터가 소주 한 병 감으로 꼬막무침, 감자샐러드, 브로콜리, 멸치볶음, 도라지무침 등 5종이 나온다. 반찬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져 시작부터 뭔가 달랐다. 처음 주문한 안주는 가오리찜인데 예전에 강릉에서 한 번 먹어본 음식이다. 결대로 찢어지는 가오리 살은 너무 부드러웠고 간장 베이스의 양념이 달지 않아 좋았다. 가오리찜만 먹었는데 벌써 배가 불렀지만 이미 맛과 술에 취한 상태여서 오징어지짐이를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오리찜과 함께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다. 볶음류 말고 다른 형태의 오징어 요리는 거의 먹어본 적이 없어 궁금했던 메뉴다. 삶은 오징어에 계란물을 입혀서 부친 음식으로 오징어의 여러 부위가 다 나온다. 파프리카와 오이는 음식의 전체적인 비주얼을 예쁘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이 오징어지짐이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쫄깃한 오징어와 잘 어울린다. 일단 1.2만 원에 오징어가 저렇게 많이 나오는 게 제일 놀랍고 계란물 입힌 오징어를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게 어쩜 이렇게 맛있나 싶다. 오징어 러버들은 환장하겠다. 소주 네 병을 격파하던 찰나 이대론 끝내기에는 살짝 아쉬워서 돼지껍데기를 주문해 봤다. 개인적으로 생껍데기를 싫어하지만 희한하게 빨갛게 양념된 건 잘 먹는다. 껍데기에 착 달라붙은 맵고 달달한 양념은 제육볶음 양념과 비슷하다. 껍데기를 양파랑 같이 씹어주면 더욱 맛있으며 5천 원이라는 혜자스러운 가격에 양도 혜자다. 돼지껍데기로 간단히 마무리하려던 게 결국 만취 상태에 이르러 응급 해장할 국물이 절실했다. 다행히 센스 있는 친구가 수제비를 주문해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다. 수제비는 거의 국물 위주로만 떠먹었는데 계란국과 비슷했고 탄수화물을 그리 찾던 친구 말로는 맛있었다고 한다. 수제비 반죽이 엄청 들어있어 이 또한 양이 놀랍다. 공신력 있는 유튜버들이 다녀간 곳이 동네에 있다는 게 신기해서 호기심에 방문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다. 이렇게 주량을 한참 뛰어넘을 정도로 마신 적은 처음이다.

마산집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8길 2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