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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향이 확 담긴 제육볶음과 짭조름한 우렁쌈장> 4월 마지막 주, 작년 11월부터 개최된 제육대회가 벌써 제5차에 접어들었다. 처음엔 이런 정기적인 모임으로 굳어질 줄 몰랐는데 어쩌다 보니 한 달에 한 번씩은 모이고 있는 중이다. 대회 장소 선정에 관해선 따로 정해놓은 바가 없지만 지금껏 다들 돌아가면서 추천을 해왔으며 의견이 모여지는 대로 갔다. 이번 또한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방문하게 된 쌈밥집이다. 중부시장 근처인 상권과 메뉴 특성상 저녁보단 점심 장사를 주력으로 할 듯 싶었는데 저녁임에도 와 계신 손님들이 많았다. 규모는 작은 편이고 딱 봐도 노포스러운 허름한 분위기다. 메뉴가 생각보다 많길래 잠시 고민에 잠겼고 친드레이신 여사장님께서 대충 가이드라인을 주셔서 따르기로 했다. 제육볶음 3인분과 우렁쌈장 두 개를 주문했고 가격은 대체로 착했다. 찬은 쌈밥집이다 보니 푸짐한 쌈 채소와 함께 열무 겉절이, 시금치, 숙주나물 등이 깔렸고 직접 만드시는지 손맛 좋고 간간했다. 제4차 대회 장소인 장수 보리밥과 비슷한 구성이었다. 쌈밥 차림은 여기서 끝이 아니고 계란찜과 된장찌개까지 나오니 끝이 났다. 계란찜은 인원이 여럿일 경우에 서비스 같고 계란을 아낌없이 사용한 폭탄 스타일로 몽글몽글 부드러웠다. 된장찌개는 특별한 내용물은 없지만 두부와 애호박을 넣고 달큰, 짭짤, 구수하게 잘 끓여 냈다. 이어서 나온 우렁쌈장도 그렇고 간이 전반적으로 센 감이 있어 밥을 당기게 만들었다. 우렁쌈장은 역시 물기가 적고 뻑뻑했는데 군데군데 우렁이가 박혀있어 식감을 더해줬다. 쌈장의 칼칼함과 짭조름함이 돋보였고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한입 딱 넣으니 꽤 매웠다. 대망의 주인공, 제육볶음은 두 접시에 나눠 내줬고 안주류치고 양은 좀 아쉬웠다. 밥은 우렁쌈장에 비벼 먹기 좋도록 센스 있게 대접에 담아 나왔고 현미와 보리가 반반씩 섞였었다. 제육만 따로 한 점 맛보니 앞서 말했듯 고기 양이 많진 않았지만 삼겹살과 목살 부위를 써 두툼하고 육질이 마음에 들었다. 강력한 불향과 달지 않은 고춧가루 양념이 인상적이었다. 심상치 않은 주방 웍 소리엔 이유가 있었고 불향은 양념에 확 입혀져 고추장 연탄 불고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쌈으로도 즐겼고 양이 더 많고 고기가 큼직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다. 대접 밥은 다 때려 넣고 비벼야 제맛인데 인원수대로 시키지 않아 그냥 한 숟갈씩 떠먹었다. 된장찌개, 우렁쌈장 위주로 곁들였고 참기름을 살짝 더하니 고소함이 살아 매력적이었다. 나름 괜찮게 설거지를 마쳤고 여사장님께서 식혜를 내주신 덕에 디저트까지 배불리 잘 채워 넣었다. 기대하고 찾아올 정도는 아니지만 이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쓱 들러볼 만한 곳

송림 우렁쌈밥

서울 중구 을지로36길 4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