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별로 칵테일 메뉴가 바뀌는 차분한 스피크이지 바> 브렛피자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와 뭘 또 먹으러 가기엔 배부르고 해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칵테일 바로 향했다. 목요일 저녁이라 좀 차분한 바를 원했는데 니즈에 딱 맞았다. 홍대 클럽 거리에서 조금만 빠져나오면 전혀 다른 바이브의 골목이 하나 나오는데 그곳쯤에 위치해 있으며 홍대처럼 시끌벅적하지 않다. 그래서 서교동이지만 상수동으로 인식된다. 알고 오지 않는 이상 힐끗 쳐다만 보고 지나치기 쉬운 스피크이지 콘셉트의 바인데 2010년에 개업해 나름 업력이 있다. 월드 50 베스트 바 디스커버리 서울에도 이름이 올라있다. 여느 스피크이지 바처럼 실내는 조명이 어두우며 우드, 목재 인테리어를 해놔 서부영화 느낌이 나게끔 분위기가 멋지게 잘 꾸며졌다. 칵테일 마시러 와서 버번 위스키가 당겼달까 자리는 기다란 바 테이블 두 개와 중앙에 큰 공용 테이블 하나가 배치돼 있어 인원수에 따라 둘 중 한곳에 앉으면 된다. 칵테일 제조 과정을 지켜보는 걸 좋아해 바 테이블에 앉았다. 칵테일 메뉴판을 받았고 바텐더께서 덧붙여 설명하시길 시즌별로 메뉴가 계속 바뀐단다. 고정 메뉴인 미스터 카르멘 네그로니를 제외하면 이날 확인한 메뉴도 곧 리뉴얼 예정이다. 주문을 마치면 스낵 겸 기본 안주로 직접 만든 크림치즈 크래커가 제공되는데 칵테일보다도 위스키랑 잘 맞을 맛이었다. 크림치즈에 꿀과 땅콩을 뿌려놔 달달함, 고소함을 더했다. 안주 메뉴는 간소하게 몇 개만 준비돼 있고 요리류 위주에 양식 스타일로 힘을 좀 준 게 보였다. 1.5만 원짜리 제철 과일 하나 시켰으며 가성비가 떨어져 그냥 시키지 말 걸 그랬다. 첫 잔으론 스모키한 칵테일이 당겨 ‘담배 피우는 원숭이’를 형상화했다는 ‘스모킹 몽키’를 주문했다. 럼, 위스키 베이스에 상큼한 라임과 민트가 들어가고 바나나 브륄레가 올라간다. 럼 특유의 달짝지근한 맛과 동시에 위스키의 스모키함이 느껴졌는데 뒤따라 라임과 민트의 시트러스함이 훅 치고 올라왔다. 침샘을 적당히 자극했고 바나나 브륄레는 뭐 별미였다. 그다음에 마신 Gardener's Delight은 진을 베이스로 만들어 티 칵테일 같은 스타일이었다. 스푼에 올려진 올리브를 먼저 먹고 마시면 되는데 민티함이 너무 강하여 별로였다. 바텐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안주하라며 생피스타치오를 챙겨주셔서 하나씩 까먹었다. 피스타치오 디저트는 단맛이 무척 강한 반면 생피스타치오에선 단맛이 은은했다. 막잔은 서비스로 받았고 버번 위스키에 맥주를 탄 폭탄주로 독한 한 잔이었다. 친구랑 둘이 갔는데 왜 세 잔을 따르시나 했더니 바텐더분까지 각자 한 잔씩 치얼스하며 즐겁게 마셨다. 서비스를 받은 비하인드를 풀자면 친구가 칵테일이 하나 덜 계산된 걸 영수증에서 발견하곤 추가 계산을 부탁드려서다. 술꾼이라 취하지도 않고 양심적이기까지 한 그가 존경스럽다. PS. 창작 칵테일 가격은 2.4만 원으로 동일
디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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