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이 그리운 이들에게 권하는 진한 쌀국수> 외국에 나오면 한식이 그렇게까지 그립진 않은데 뭔가 시원한 국물을 마시고 싶을 때가 생긴다. 쌀국수 정도면 그 니즈를 충족시켜주기에 더할 나위 없어 방문하게 된 쌀국숫집이다. 이미 한국인들 사이에선 꽤 알려진 곳으로 베트남 이민자 2세 분들께서 운영하고 계신다. 쌀국수 메뉴는 기본과 스페셜이 있고 스페셜은 기본에 고기 완자와 양 등이 추가된 거다. 자고로 건더기가 많아야 국물도 맛있는 법이라 스페셜로 시켰고 살면서 먹은 쌀국수 중 국물이 가장 진했다. 국물이 투명하고 맑은 편은 아니지만 달짝지근하면서 굉장히 개운했다. 여기서 달짝지근이라 함은 고깃기름의 영향이 큰데 신기하게도 국물에 기름기가 많이 떠 있는 편은 아니었다. 고기는 붉은 기가 보일 정도로만 익었었고 고기 완자는 탱글탱글했다. 친구랑 나눠 먹은 사이드 메뉴인 돼지고기 짜조는 기름기를 쫙 빼 담백했으나 한편으론 밋밋하고 심심했다. 함께 내주는 느억맘 소소 또한 물을 탄 듯 묽고 밍밍해 괜히 배만 채웠다. 쌀국수엔 시도 삼아 고수와 민트, 고추를 다 넣어봤지만 국물 맛을 덮어버려 아무것도 넣지 않았을 때가 더 나았다. 해선장도 함께 내주는데 고기 찍어 먹는 용도론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보다 덜 달고 허연 국물의 쌀국수를 선호하지만 파리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맛있게 먹었다. 물가 비싼 파리에서 한화로 2만 원 정도에 맛과 양, 가성비까지 만족했다.
Pho Banh Cuon 14
129 Avenue de Choisy, 75013 Paris, Fr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