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듦새는 수수하지만 맛은 가장 이상적인 마르게리타>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인 나폴리는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의 주도로 이탈리아 제3의 도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폴리 피자의 고향이기도 해 늘 마음에 담아둔 여행지 중 하나다. 나폴리에서는 아쉽게도 단 하루밖에 머물지 않아 피자를 많아야 두 판 또는 세 판 정도 먹을 수 있었다. 소위 4대 피자로 거론되는 핏제리아를 도장 깨고 싶었는데 하루론 턱없었다. 결과적으로 두 곳의 피자집을 다녀왔으며 그 첫 번째는 4대 핏제리아 중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높은 다 미켈레다. 1870년에 문을 열어 4대 핏제리아 중에선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식사시간대엔 웨이팅이 심하다지만 10시반쯤? 거의 오픈 직후였기에 바로 들어갔다. 분위기는 우리나라에 있는 나폴리 피자집과는 달리 무척 캐주얼했고 바쁘면 합석도 시킨단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등장한 장소로도 유명해 주연 줄리아 로버츠가 피자를 먹는 장면 사진이 한편에 붙어있다. 극중 그녀는 여기서 나폴리 피자의 맛에 푹 반한다. 창업자와 관련돼 보이는 여러 사진도 붙어있고 업력이 물씬 느껴지는 오래된 화덕 등 실내엔 볼거리가 참 많았다. 넓은 신관을 내버려두고 일부러 허름한 본관으로 가길 잘한 이유다. 메뉴는 단 네 가지뿐인데 사실상 마르게리타, 마리나라 투톱으로 팔린다. 가격은 전부 6유로로 착해도 너무 착한 편이며 먹고 가는 경우에는 자릿세 1유로가 추가로 붙으니 참고 피자 먹을 땐 무조건 탄산이 있어야 하니 어김없이 피맥을 거행했는데 솔직히 피자는 맥주보다도 콜라랑 잘 어울린다 생각한다. 뭐든지 술이랑 먹는 게 버릇이 돼 그냥 맥주로 갔다. 마르게리타 한 판을 주문하곤 만드는 과정을 다 지켜봤는데 도우를 다루시는 직원분의 손놀림이며 모든 동작이 단연 프로셨다. 멍하니 바라보느라 기다리며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이윽고 나온 마르게리타는 좋게 말하면 만듦새가 수수했고 직설적으론 뭔가 삐뚤삐뚤했다. 겉을 둘러싼 고르니초네의 두께가 제각각이었으며 모차렐라는 자유로이 흩어져 있었다. 그런데 맛은 비주얼과 달리 놀랍게 가장 이상적인 마르게리타였다. 살짝 슴슴한 듯 적당한 온도감에 갖춰야 할 산미와 풍미 그리고 고소함이 다 들어갔었고 쫄깃한 도우도 사기였다. 가격을 빼고 생각한단 게 애초에 말이 안 되지만 확실한 건 한국에서 먹은 2, 3만 원짜리 힘을 준 마르게리타보다 꿀떡꿀떡 들어갔다. 나폴리 피자 먹으러 나폴리 간 걸 후회 않는다.
Antica Pizzeria da Michele
Via Cesare Sersale, 1, 80139 Napoli NA, Ita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