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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르신들이 아지트로 삼는 남도 음식점> 새해 하루 전날 최고의 연말을 선사해 준 동네의 숨은 보석과 같은 식당이다. 불광동 먹자골목, 눈에 잘 안 띄는 끄트머리에 위치하여 지나가다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전라도 출신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남도 음식 전문점이며 원래 동네 어르신들만의 아지트였단다. 작은 규모의 식당 같지만 지하엔 단체 손님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뭘 주문하든 반찬은 한상 가득 깔린다는데 이 구성이면 묻고 따지지도 말고 삼겹살을 시켜야 할 것 같았다. 굴 무침, 꼬막 무침, 양념게장이 반찬인 것부터 감격스럽다. 꼬막의 경우 선도 좋고 씨알도 커서 쫄깃한 식감이 아주 제대로였고 이에 매콤하고 달짝지근한 양념까지 더해지니 정말 맛있었다. 양념게장은 흰쌀밥이 생각나는 맛 먼저 삼겹살 3인분을 주문했는데 기다랗게 고기 세 줄이 나온 걸 보아 1인분에 한 줄 같다. 삼겹살은 리뷰가 보이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때깔 훌륭하고 양도 많아 합격 잘 익은 삼겹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맛깔스러운 배추김치와 갓김치를 올려줬다. 여기서만큼은 삼겹살은 조연에 불과하며 김치가 주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평범할 거라 예상했던 삼겹살은 자세히 보니 오겹살이어서 씹었을 때 탄력이 강했고 지방의 고소함이 잘 느껴졌다. 김치 한 점 올려 먹으니 여느 고깃집 안 부러웠다. 열심히 먹고 있던 중 사장님이 오셔서 부추무침을 놓고 가셨는데 이게 정말 신세계였다. 약간 회 무침과 비슷한 양념에 부추와 양파 그리고 적양파를 아삭하게 무쳤다. 양념의 시원하고 매콤한 맛 덕분에 한입 먹으면 느끼함을 싹 씻어주는데 그래서 삼겹살과 곁들이라고 내주신듯하다. 고깃집에서 사이드론 절대 만나보지 못할 찬이다. 이어서 이곳 시그니처 메뉴로 꼽히는 낙지볶음을 주문했고 사이즈는 중자와 대자 중에서 중자로 했다. 큼직한 낙지 두 마리가 통째로 들어있어 비주얼부터 끝내준다. 자박자박한 양념에 단맛이 살짝 돌긴 했지만 매콤함과 감칠맛이 동시에 느껴져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낙지는 질기지 않았고 오동통하니 부드럽게 잘만 씹혔다. 낙지를 다 먹으니 남은 양념이 아까워 밥이라도 시킬까 고민하다가 소면을 말면 딱이겠다 싶어 소면 사리를 부탁드렸다. 소면을 넣고 참기름 한번 두르니 새 안주 완성 양념이 찐득한 편이라 마치 비빔국수처럼 소면에 잘 어우러졌고 참기름을 둘러 고소함은 극강이었다. 밥 비벼 먹기엔 양념이 많아 소면 사리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마지막은 간재미찜으로 장식했으며 이 또한 낙지볶음에 버금사는 시그니처 메뉴다. 넓적한 간재미 위에다가 미나리와 양념장을 얹었는데 보이는 것처럼 맵지 않았다. 오히려 맛이 담백하단 생각이 들어 앞서 먹은 낙지볶음보단 임팩트가 덜했다. 간재미 살을 결대로 찢어 미나리랑 먹으면 되고 살이 워낙 실해 발라 먹는 재미가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던가 잘 찾아보면 은평구에도 괜찮은 집들이 은근 많은듯하다. 일일이 소개하진 않았으나 모든 찬이 정성스러웠고 음식도 기깔났던 은하식당이다.

은하식당

서울 은평구 진흥로15길 2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