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한옥 공간과 숙련된 바텐더가 만드는 대단히 멋진 바> 술을 잘 아시는 진정한 어른에게 바 다니는 취미를 배우는 것만큼 값진 경험이 있을까. 그런 어른과 함께한 시간 끝에 그분께서 영광스럽게도 데려가 주신 바가 바로 여기, 코블러다. 서촌 메인 상권에서 벗어난 내자동 골목 속 고즈넉한 한옥 공간을 개조해 사용 중인데 일단 분위기로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간다. 실제로 월드 50 베스트 바 디스커버리에 등재돼 있다. 기다란 카운터를 제외하면 자리는 몇 안 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이 살아있었다. 은밀한 살롱의 소수 손님만이 느낄 수 있는 고요하고 세련된 공간에 온듯했다. 아직 8시밖에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두 자리밖에 남지 않은 카운터에 자리를 잡았다. 카운터는 보통 불편하기 마련인데 크고 편안한 소파형 의자라 엉덩이가 절로 무거워졌다. 내돈내산은 아니었기에 커버 차지 유무는 알 수 없지만 웰컴 푸드로 인당 하나씩 블루베리 파이가 놓였다. 푹 조려낸 블루베리에 고소한 크럼블을 얹어 따뜻하고 달콤한 디저트였다. 메뉴판이 따로 없어 모든 칵테일은 바텐더에게 취향을 말하면 그에 맞춰 만들어진다. 모호한 취향보단 안전하게 가고 싶어 마침 프로모션 중이던 ARDBEG BOTANIST로 주문했다. 스코틀랜드 아이슬레이 지역 싱글몰트 위스키인 Ardbeg 10년산과 드라이 진인 The Botanist. 이 둘을 조합해 만들며 여기에 레몬주스, 오르자 시럽, 타임, 진저에일이 더해진다. 첫 모금엔 시트러스, 곧이어 스모키함이 스며들었다. 잔잔한 허브 향에 목 넘김은 살짝 끈적이면서도 부드럽고 향긋한 아로마가 길어 화려함보단 은근하게 다가오는 매력을 남겼다.
코블러
서울 종로구 사직로12길 1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