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석푸석한 냉동 대구를 살리는 칼칼한 국물의 대구탕> 삼각지가 막 뜨기 시작했을 무렵 처음 오고 5년 만에 다시 찾은 원대구탕. 내게 대구탕 맛을 알려준 곳으로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며 몇 달 전엔 이재명 대통령도 다녀갔단다. 유서 깊은 삼각지 대구탕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바로 옆집인 자원대구탕과 오랜 라이벌 관계를 형성 중이다. 전해 듣기론 원대구탕 주방장이 독립해 차린 가게가 자원대구탕이라 한다. 메뉴는 대구탕과 대구 튀김 두 가지로 심플하다. 특히 술 한 잔 걸치는 테이블엔 꼭 올라가는 대구 튀김의 인기가 상당하지만 이날은 인원이 둘이라 양이 좀 부담돼 대구탕만 시켰다. 대구탕은 얼큰하게 끓인 매운탕, 내장 위주의 내장탕, 맑고 담백한 지리탕 등 세 가지 스타일이 있다. 이전에 매운탕을 맛있게 먹었었고 냉동 대구를 쓰는 점을 감안해 매운탕으로 갔다. 대구탕은 테이블에 박힌 오래된 화구 위에 올려 뚜껑을 덮고 보글보글 끓여 낸다. 기다리는 동안엔 달큰한 동치미, 꼬득꼬득하고 알싸한 대구 아가미젓 깍두기로 입맛을 달래면 된다. 곧이어 뚜껑이 열리면 본격적으로 대구탕의 시간이다. 숨이 푹 죽은 미나리부터 집어 와사비를 섞은 간장에 찍어 먹었으며 살짝 아삭한 식감과 풋풋한 향이 국물과 잘 어우러졌었다. 비록 냉동 대구여도 살코기와 이리가 넉넉히 들어있어 푸짐한 인상이었다. 국물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했고 미나리 향은 의외로 강하지 않고 은은해 살코기와 함께 술술 떠먹기 좋았다. 살코기는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푸석하게 해동된 감이 있어 촉촉함은 느끼기 어려웠다. 그래도 국물에 적셔 먹으니 부담이 줄어들어 소주 걸치긴 괜찮은 안주가 돼 줬다. 내장은 주문 시 추가할 수 있지만 따로 안 했음에도 간이 좀 들어있고 꽤 녹진했다. 내장을 추가하면 국물은 더 좋아졌을 텐데 그보다 깍두기 넣고 볶아주는 볶음밥을 패스해 아쉽다.
원 대구탕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가길 8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