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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 불가능한 꿈을 간직한 리얼리스트> 날이 점점 추워지고 해가 일찍 지는 어둠이 성큼 다가온 탓에 네온 뒤편에서 냄새를 맡는 밤의 포식자 본능이 커져만 간다. 요즘은 그 본능을 따라 가고 싶은 바를 하나씩 다니고 있다. 이태원을 잘 모르는 나도 여러 차례 들어봤을 만큼 터줏대감으로 자리해온 더 버뮤다. 2011년부터 영업을 해왔다니 상권 변동이 심한 이태원에서 오랜 시간 꾸준히 버텨온 셈이다. 개인적으로 바를 즐겨 찾는 시간은 보통 오후 9시부터인데 이른 시간에 문을 열고 비교적 일찍 닫다 보니 발길이 잘 닿지 않았다. 애초에 다이닝 바를 강하게 지향하는 곳이긴 하지만 쿠바를 연상케 하는 노란 벽돌 건물 2층으로 올라와 체 게바라 그림을 지나면 바 내부 모습이 드러난다. ‘나이브스 아웃’이란 상호를 함께 내걸었던데 친척 관계의 업장이었던듯하다. 따스한 조명과 생동감 있는 색채, 전체적인 콘셉트는 어딘가 쿠바지만 사장님 말씀에 따르면 남미 전체를 아우른다고 한다. 다채로운 이태원 바이브도 공존해 독특한 매력을 뽐냈다. 주택을 개조한 건물이라 여러 룸이 갖춰져 있는데 혼자여서 기다란 바 카운터에 착석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주류 스펙트럼에 놀랐고 그 곁에 둘러싸이니 외롭지 않았다. 먼저 차가 기본으로 제공됐고 이는 재스민과 복분, 옥수수 등을 함께 우려낸 거라고 설명을 들었다. 은은한 탄닌과 구수한 향이 조화를 이루며 입맛을 부드럽게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 몇 안 되는 논 알코올 주류 중 하나인 모히또를 시켰고 알코올 대신 적당한 당도로 밸런스를 맞춰주셨다. 짜릿한 라임 시트러스 향과 산미, 민트의 상쾌함이 입안을 깔끔하게 깨웠다. 탄산수는 입안을 적당히 조여주며 청량감을 더했는데 알코올이 빠진 허전함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알코올을 꽤 잘 재현해 먹을만했고 가격은 알코올 버전보다 5천 원 저렴했다. 금주 중 방문한 이유라 해도 과언이 아닌 쿠반 샌드위치는 저녁 한 끼로도 충분히 든든한 양이었다. 치즈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직접 만든다던데 빵은 1층에서 따로 판매하고 있단다. 빵은 쿠반 브레드로 두껍지만 한입 베어 물면 푹 꺼지듯 경쾌하게 바삭했다. 그 사이로 폭신한 스위스 치즈가 햄과 체다 치즈를 감싸듯 들어가서 부드러움이랑 짭조름함이 대비됐다. 햄은 두 종류로 하나는 장시간 훈연해 진한 향을 다른 하나는 생햄처럼 짭조름해 풍미를 더했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걸 토마토 베이스 소스, 피클이 산뜻하게 중화시켜줬다. PS. 현실은 이태원, 문득 쿠바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버뮤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168-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