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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들이 이 집을 소개할 때 꼭 쓰는 말이 있죠. "정독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지칠 때 먹던 추억의 맛." 얼마 전 아는 형님도 그 소리를 하시길래 "형님 집은 개포동이고 학교는 혜화동(서울과학고)인데 웬 정독 도서관입니까?" 혜화동에서 놀지 굳이 북촌까지 와서 라면을? 다 이유가 있어 임마. 하시더군요 뭐 봄바람쐬러 가신거겠지요.ㅎㅎ 저는 사골 출신이라 정독 도서관에서 연애하는 추억 같은건 없습니다. ㅎㅎ 점심시간은 지났지만, 근처 식당들은 죄다 줄이 길어 '빨리 먹을 곳을 찾을 심산으로 들어왔습니다. 레트로한 외관에 정리가 안 된 내부. 요즘 다른데도 아니고 북촌에서 일부러 '외국 빈티지 감성'을 내려는 곳들이 많은데, 솔직히 좀 꼴 보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어릴때 연애의 장이 열리던 위치라 그런지 유명인 사인은 많네요. '짬뽕라면' 보통 맛을 시켰습니다. 나오자마자 서린 김이 얼굴을 스치는데, 매케함에 바로 "콜록콜록". 면발은 국물이 배지도 않을 만큼 꼬들꼬들한데, 면만 건져 먹어도 혀가 아릴 정도로 맵습니다. 내용물? 별거 없습니다. 싸구려 어묵 두어 개, 맛살 한 조각, 말라비틀어진 오징어 서너 개가 전부. 이게 왜 유명한지 의문이 들 정도의 구성입니다. 결국 국물은 입도 못 대고 면만 겨우 건져 먹고 나왔습니다. 40대 중반 아재에게 이 매운맛은 버겁습니다. 다 먹고 나와서 땀을 뻘뻘 흘리며 벤치에 앉아 열을 식히고 있자니, 추억은커녕 생존 신고나 해야 할 판입니다.

경춘자의 라면 땡기는 날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