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묘하게 싼 게 더 맛있는, 기묘한 낮술의 성지." "낮술이나 한잔하자"는 마음으로 서촌 거리를 배회하다가 자연스럽게 '잔치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국수와 수제비 한 그릇을 5~6천 원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집이죠. 가성비만 좋은 게 아니라, 안주류 양도 푸짐하고 맛도 은근히 괜찮아서 부담 없이 술잔 기울이기 좋습니다. 막걸리 냉장고를 보니 라인업을 꽤 잘 갖춰 놨습니다. 텁텁한 것보다는 좀 쨍쨍한 게 당겨서 배다리 막걸리로 주문했습니다. 여기에 곁들일 첫 번째 타자는 도토리묵. 나오자마자 "오" 소리가 나올 정도로 양이 짱짱합니다. 묵 양념이 입에 착착 감기는 게 막걸리와 너무 잘 어울리네요. 막걸리 드실 거면 도토리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사실 잔치집이 다 좋은데, 냉정하게 말해서 고기류는 그저 그렇습니다. 보쌈 같은 비싼 메뉴보다는 무침이나 전류가 훨씬 낫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보통 김치전이나 감자전을 많이 드시지만, 왠지 굴전이 당겨서 호기롭게 주문해 봤습니다. 씨알도 굵고 양은 꽤 많은데, 아무래도 생굴은 아닌 듯하고 조리도 약간 오버쿡 된 느낌이라 아쉬움이 남네요. 이 집 안주들은 묘하게 가격이 저렴할수록 만족도가 높습니다. 비싼 굴전이나 보쌈보다 싼 도토리묵이 더 맛있는 아이러니함. ㅎㅎ 그래도 부담 없는 가격에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낮술 한잔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체부동 잔치집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길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