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요즘은 피자를 잘하는 집이 많긴 한데,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에 쏙 드는 집은 많지 않습니다. 00년대나 10년대 초반에는 외국에서 배워 오신 분들이 하는 화덕 피자집들이 한창 잘나갔죠. 부자피자, 볼라레, 핏제리아오 같은 집들이 떠오르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이 아주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수분감이 많고 밀가루 맛이 남아 있는 편이라 묘하게 손이 덜 가더군요. 화덕 피자가 원래 이런 건가 싶다가도, 10년대 후반부터는 또 다른 결의 피자집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소스보다 원재료와 불맛을 훨씬 잘 끌어내는 집으로 저는 도우큐먼트를 꼽습니다. 바람 많이 불고 비나 눈 오는 날, 유독 피자가 당길 때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전하고 난 뒤 매장이 더 깔끔해졌는데, 사방이 창으로 열려 있는 구조인데도 이상하게 들뜨거나 산만한 느낌이 없습니다. 별다른 인테리어가 과한 것도 아닌데 묘하게 안정감이 있고, 테이블 간격도 적당해서 식사하기 편합니다. 저처럼 덩치 때문에 자리 간격에 예민한 사람도 크게 불편하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이날은 페로니 생맥 한잔 곁들여 반반 피자로 주문했습니다. 페퍼로니 버섯과 꿀고구마 조합이었는데, 모양새부터 심상치 않더군요. 이 집은 가끔 편차가 있습니다. 그냥 맛있는 날이 있고, 미친 듯이 맛있는 날이 있는데, 이날은 확실히 후자였습니다. 페퍼로니 버섯 쪽은 특히 치즈와 버섯 풍미가 유난히 좋았습니다. 리코타가 이렇게 농후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였고, 버섯 향도 트러플 오일 같은 인공적인 향보다 훨씬 힘 있게 올라왔습니다. 거기에 짭조름한 페퍼로니가 붙으니 맛이 꽤 복합적인데도 전혀 지저분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꿀고구마는 훨씬 직선적입니다. 농후한 단맛에 고소함이 붙고, 베이컨의 기름진 맛이 겹치면서 아주 노골적으로 맛있습니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혈당 오르는 게 몸으로 느껴지는 타입의 맛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리고 결국 이 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도우입니다. 쫀쫀한 식감이 정말 좋습니다. 첫 타임에 가서 그런지 유독 도우 상태가 더 좋았고, 그래서 더 맛있게 먹은 것 같기도 합니다.

도우큐먼트

서울 중구 퇴계로27길 16 1층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