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로 짐작해버리면 실망할 것이다. 부산의 떡볶이는 재밌다. 생긴 비주얼과 달리 의외의 면모를 보여준다. 직화가 아닌 중탕, 밀떡 대신 굵은 가래떡, 세상 매워 보일거 같은 새빨간 비주얼인데 알고보면 달달함이 더 강조된 매콤함. 빨간 비주얼에 공포감이 드는 떡볶이지만 사실 달달한 거처럼, 이 집의 곱창도 알고보면 참 괜찮은 친구다. 부평 깡통시장 입구에 있는 가게다. 아마 그 골목을 대정과 함께 양분한 곱창집일 것이다. 대강 5월부터 10월까지 가게 앞에 테이블을 깔고 야장영업도 하는데, 그것도 매력적인 곳이다. 그리고 나는 이 집에서 항상 같은 걸 주문한다. 돌판양념. 돌판+양념양대창의 심플한 작명센스를 가진 이 메뉴는 진짜 단순하게 돌냄비에 빨간 양념을 입힌 양대창이 나온다. 돌냄비 안에는 감자, 새송이, 양파, 양, 대창이 들어있고 직원분들께서 직접 조리를 해주신다. 빨간 양념이기때문에 조리하는 동안 기름이 온 사방으로 튀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철판으로 가림막을 세워두신다. 10분 가까이 이리저리 굽고 나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먹으면 된다. 새빨갛고 양대창의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비주얼의 양념돌곱창을 맞이하게 되면서 드는 생각은 엄청 맵고 엄청 기름질 것이다.라는 것이다. 막상 먹으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양념은 거의 닭도리탕의 양념과 큰 차이가 없는거 같다. 마치 맛있는 닭도리탕을 먹는 느낌이다. 그리고 확실히 기름지다. 하지만, 어차피 양대창은 그 기름짐을 즐기려고 먹는거니까 괜찮다. 적당히 매콤하고 달달한 양대창을 즐기고 감자를 으깨서 냄비안의 양념을 부어서 먹고 그러다 한 잔하고 계속해서 먹다 보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벨을 눌러 우동사리를 추가하면 된다. 몇 분 안있어 우동사리가 나오는데 그걸 잘 섞어서 먹으면 와우… 닭도리탕에 라면사리를 넣어야 하듯이, 양념돌곱창에도 우동사리는 무조건 넣어야 한다. 안그래도 잘 넘어가는 면이 양대창과 양념을 만나서 더 잘 넘어간다. 그리고 마무리로 즐기는 볶음밥. 물론 돌냄비에 가득한 기름을 좀 많이 걷어내고 밥을 볶아서 먹는데, 맛있다. 이건 진짜 그냥 맛있는 볶음밥을 먹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집의 최고의 장점은 술을 마시면서 양대창을 먹고 우동사리를 먹고 볶음밥을 먹으면서 깡통시장의 느낌과 야시장을 구경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삶의 한 가운데에 있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빨간 비주얼에 속쓰림을 느낄테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충분히 맛있는 곱창을 즐길 수 있다. 단, 흰 옷은 절대 금지다. 앞치마를 입어도 그 앞치마가 방탄 앞치마가 아니다. 돌판양념(소) - 40,000 사리 - 2,000 볶음밥 - 2,000
부평양곱창
부산 중구 부평2길 17